참 이상하게, 떡은 남의 것이 커보이고 하지말라는 짓은 더 하고 싶다. 어쩌
면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가 아닌 개구리였는지 모른다. 아니면 외계인의 의해
원숭이의 형태유전자와 개구리의 심성유전자를 합성해서 만든게 인간이라는
실험작일지도 모른다. 그래, 어디선가 보고 있을꺼야, 쟤덜이 어떻게 변해가
나 하고.
일기장은 훔쳐봐야 재미나다. 주인이 봐라~ 하면서 던져주는 것보다는, 책꽃
이 깊숙히 가지런히 놓인 것을 살금살금 넘겨 몰래 봐야 재미있다.
이전에 누군가 내게 그런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
낌이였습니다.' 엇, 내 일기. 한번도 일기를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일
기라는 그 성실의 산물에 대해서 참 지겨워하는 사람이고, 반성이라는 테두리
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제에 거부하며 살아가는 인간이다. 지겹도록 강요당
해서 해왔던 그 반성을 굳이 일기에서 또 해야하는 것도 싫고, 매일 일기를
쓸만큼 정형적이지도 못하다.
남들은 내 글을 볼 때, 마치 내 일기장 한 쪽을 몰래 들여다 보는 느낌인가
보다. 이런, 내 일기장은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내 대학 때의
단짝 친구가 나를 떠난 이후 적어본 적이 없는데. 첫번째 연애를 할 때 선물
할까하고 두페이지인가 적었던 것이 아마 내 최근 일기의 전부였으리라.
중얼중얼, 이야기를 써나갈 것이다. 리눅스 홈페이지에 왠 잡담란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보던 안보던 그것은 당신의 자유이다. 내 몫의 이야기가 절대 아니
다. 나는 눈꼽만큼의 리눅스 이야기를 적지 않을지도 모르고, 지극히 개인적
인 넋두리만을 적어놓을지 모른다. 왜냐는 질문은 절대 받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열심히 글을 적을 것이다. 절대 일기는 아니다. 그만큼 성실하지 못하므
로 절대 나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그러나 세하표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은 바
로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세하
의 하루 일기가 되는지 찾아가는 것도.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이 곳에서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만큼의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꽤 열심히.
한구탱이에 내 보금자리를 준 적수에게 감사하며....
- Prolog. 1999. 4. 20. AM 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