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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RE: 서점에서.

등록 2002-05-05 02:02:47     조회 168
이름 ThePhantom    

ㅎㅎㅎ 두분의 솔직함이 보이는거 같아욤 보기 좋아욤 ^-^*

혜진님은 책얘기가 언제나 나와서 나를 찔리게 만든다눈 ㅡ.ㅜ

내가 제일 감명깊게 읽은 책은 자본의이해 던가 쿨-_-럭


: 네가 책을 고르는 동안, 나는 이 책 저 책 넘겨 보고 있었어. 너도 알겠지
: 만, 난 책 욕심이 꽤 많은 편이잖아. 이 나이에도 각종 충동구매라던가 옷이
: 나 화장품 사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책을 충동구매하는 것은 이상하
: 게도 돈 아깝다는 생각을 못 하고 넘어갈 때가 있어. 내가 카드를 못 만드
: 는 이유가 그거잖아. 내 주변에 책 무지 좋아하는 아는 언니가 있는데, 카드
: 빚에 쫓겨다니는 오직 한 가지 이유가 책이더라구. 그런 예를 보니까, 좀
: 더 책에 대한 자제력이 생긴 후에 카드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아아.
:
: 엄마 말씀이 나는 어려서부터 딴 집 애들이 장난감이나 옷이나 신발 사달라
: 고 조를때에도 늘 가만히 있었대. 잘 웃지도 않고. 그냥 그림책이나 넘겨 보
: 고 있었대. 다들 어려웠던 70년대를 갓 벗어난 80년대 초반이었고, 빈손으
: 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젊은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의 봉급은 뻔했거든. 노
: 환으로 병치레를 시작하시는 할머니에, 어쨌건 아이들이라는 것은 뜻밖에 돈
: 이 많이 드는 녀석들이니 어린 딸에 아직 젖먹이인 더 어린 딸을 둔 엄마가
: 살림 하기도 상당히 골치 아팠을 거야. 하여간 그래도 우리 엄마는 그 와중
: 에도 나한테 동화책부터 명랑 소설까지, 한달에 한두 권은 내가 원하는 책
: 을 사 주셨거든. 그 빌어먹을 네살짜리는, 소꿉놀이도 병원놀이도 안 하고
: 놀이터에도 안 나간 채 방 구석에서 책이나 보면서 거의 표정이 없다가도 엄
: 마가 책을 사 주면 방긋방긋 웃곤 했다더라고. 망할 것. 아니, 생각해 보면
: 그리 말할 것만은 아니겠다. 지금도 어린 여자아이들이 그 나이에 뭘 안다
: 고 예쁜 옷 사달라고 조르는 꼴을 보는데, 지금의 물가로 아무리 따져 봐
: 도, 가격선이 비슷하거나 아니면 옷이 좀 더 비싸. 아주 망할 것은 아니었
: 나 보네. 후후. 하기사,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내가 유치원 갈 때 아버지가
: 유치원 다녀오는 길에 아버지 책 좀 사오라고 가방 밑에 책값을 넣어 주시
: 는 거였어. 그러면 서점에 가서 책구경 좀 하다가 서점 아저씨한테 "월탄 삼
: 국지 주세요." 해서 사들고 왔다더라구. 그 때는 유치원에서 조금만 더 가
: 면 서점이 있었거든. 오늘 들렀던 경기서점이 원래는 가좌슈퍼 옆에 있었으
: 니까. 이해가 가? 내 나이 스물 둘에 20년 단골가게가 있다는 말이야.
:
: 가끔은 네가 책을 더 많이 읽은 남자였다면, 아니면 책을 좋아하는 남자였다
: 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난 글쎄, 내 또래 중에서 나보다 책 많이 읽은 남
: 자는 고등학교 때 꽃 들고 쫓아온 문과 녀석밖에는 못 봤어. 이과를 나와 이
: 공계 과목만 들어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 녀석은 꽃 들고 쫓아오
: 지만 않았으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 텐데. 아니, 이 이야기는 그만둘래. 요즘
: 들어 나, 너에게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 너는 변하지 않았는데
: 내 시각이 변하는 것이겠지. 네가 조금 더 멋진 남자이기를 바라는 것 같
: 아. 학교에서도 넌, 내가 이것을 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은 이거라고 소
: 리내어 말하지 않았지. 너는 속으로는 별난 생각 다 하면서도 겉으로는 조용
: 히 어른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을거야, 어렸을 때는. 하지만 지금은 본
: 성대로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차피, 네가 "나 이거 할 수 있거든, 이
: 거 내가 할래."하고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네가 그걸 할 수 있을 거라고 생
: 각하지 못할 거 아냐. 네가 무슨 제갈공명이라도 되는 줄 아니.
:
: 모 동호회에서 엑스파일 5기를 다운받는 중이야. 엑파야 명작...이지. 사람
: 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분이 "쵸비츠"를 구워 줬는데,
: 서랍에 두고 와 버렸다. 바보같이. 이거 다 받으면 동생이 구워 달라는 거
: 구워 줘야 하고. 네가 보고 싶어. 아까 홍대 앞에서 봤는데도 말이야, 바보
: 같이 또 보고 싶은걸. 넌 며칠 전에 무지 쓸쓸한 목소리로 "내가 많이 부족
: 하니?"하고 물어봤었지. 객관적으로는 그래. 하지만 주관적인 답변을 원한다
: 면 절대 그렇지 않아. 나에게는 충분해. 지금처럼, 계속 더 좋은 사람이 되
: 어 갈 수 있기만 하면. 그러면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에 머물러 있는다면
: 그건 아무 것도 아닌 녀석에 불과하지만, 최소한 너는 계속 변하고 있으니
: 까. 더 좋은 남자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으니까 말이야. 난 그것으로 충분
: 해. 언젠가 정말 괜찮은 남자가 된다는 확신만 있다면 기다리는 것은 감수
: 해 줘야 할 테니까.
:
: 아까 좀 고민했었어. 책을 살까, 아니면 다음 달 월급 받으면 살까. 사고 싶
: 은 책은 눈 앞에 있지만, 아무래도 매달 규모있게 저축을 하려면 참을 때는
: 참아야 하거든. 방법을 생각해 냈지. 동생더러 사도록 유도를 하면 되겠다.
: 너무 사악한 방법인가? 하여간 아무래도, "날 가져가."하고 유혹적으로 나
: 를 노려보는 책의 시선을 피하면서 널 쳐다봤어. 마른데다 운동도 안 한 주
: 제에 시커먼 얼굴에 옷 색깔도 푸르뎅뎅한 것을 입어서, 형광등 아래에서는
: 어디 아픈 것 같이 보이는 너이지만..... 내 책을 사려던 마음은 간 데 없
: 고 문득 네게 책을 사 주고 싶었어. 말을 버벅거리는 너에게 "래리 킹 대화
: 의 법칙"을 사줄까 하다가 래리 킹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만 두었지. 아니,
: 그런 것 보다는 삼국지를 읽고 배수아와 유미리, 장정일의 소설을 읽기도 하
: 는 너를 보고 싶어졌어. 언젠가 유미리의 "물가의 요람"이 다시 예쁘게 나오
: 면 네게 한 권 사 주고 싶어. 어린 왕자는 내 마음에 별로 차지 않아. 차라
: 리 "야간비행"이던가. 리비에르라는 남자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
: 어. 헤세의 소설은 다 읽어 보도록 해. 아니, 최소한 "나르치스와 골드문
: 트", 그러니까 "지와 사랑" 만이라도. He is more myself than I am..... 젠
: 장, 평생 수녀 비스므리하게 답답하게 살았으면서 히스클리프 같은 남자를
: 만들어 낸 것을 보면 브론테도 어지간한 사람이지. 브론테 자매의 소설 중
: 최고는 역시 "폭풍의 언덕"인 것 같아. 하여간, 이런 기본적인 것도 안 읽
: 은 네게 책을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씩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너를
: 유식하게 만들고 싶다는 이유만은 아닐지도 몰라. 내가 중학교 때 읽고 고민
: 하던 것을 다 큰 지금의 네게 권하는 것은 좀 웃기지만..... 읽으면 다 피가
: 되고 살이 되는 것이라서 네게 권하는 것일까..... 그런 걸까?
:
: 멀더가 스컬리에게 했던 대사중에 가장 느끼했던(?) 대사.... 정확히는 기
: 억 안나는데, 대충 그런 말이었어. 내가 어떤 상황에 있을 때라도 당신은 언
: 제나 나의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그러니까 뭐, 당신이 있어서 나는 옳
: 은 판단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일텐데. 느끼는 하거든. 근데, 나쁘지는 않은
: 뜻인 것 같아. 다른 것은 몰라도 책 만큼은..... 열심히 골라줄께. 뭐 하느
: 라 중고등 학교 때 그렇게 놀면서 고전문학은 안 봤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
: 야. 어차피 축약본으로 읽은 몇 가지는 나도 다시 읽어 봐야 할 것이고. 아
: 아, 생각이 많구나.
:
: ps) 예전에는 어린이날에 엄마가 책을 사 주셨지. 직장인이 되었는데도, 만
: 원 한도 안에서 책을 한 권 사 주시겠대. 아싸 나이쓰~~~~~~ ^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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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Phantom_The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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