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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살아서 돌아오다-_-a;;;;

등록 2002-05-31 22:53:27     조회 1257
이름 혜진~    

그렇지 않아도 퇴근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미 고등학교 때 한번 관절에 염증이 생겨 
고생했던 오른쪽 다리가, 그야말로 세무서에 갔다가 작년 소득이 적었던 바람에 작년에 원
천징수당한 세금을 소득세 뿐 아니라 주민세까지 싹~ 긁어서 받는다는 낭보에 "아싸~~~!!!"
를 외치며 계단에서 뛰어내리다가 최근 운동 부족으로 약간 늘어난 몸무게가 문제였는지 
무릎이 삐그덕 해 버렸는데..... 하루종일 쑤시고 아프더군요. 참다못해 낮에 잠시 약국에 
간다고 빠져나와 정말 약국에 가서는 차가운 파스와 화끈화끈한 파스, 2종류를 다 사는데 
약국 아주머니 말씀, "오지명이 선전하는 24시간 트라##를 붙여 봐." 아니.... 저는 스물 두살
, 아무리 많이 말해도 스물 네 살이라고요. 무슨 트라##!!!!! -_-;;;;

평지를 걷거나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라면 할 수 있지만 계단을 내려가지 못하겠더군요. 왼
발에 체중을 싣고 깨금발로 계단을 콩콩 뛰어 내려가는데 사장님과 딱 마주친 것이었습니
다. 끄으.... -_-;;;;; 도대체 저것이 무슨 쌩쑈를 하는 것인가 하고나 안 보셨으면 천만 다행
이겠네요. 하여간 그 다리를 끌고 홍대 입구 역 까지 걸어 갔습니다. 천하제일지웬수인 남
동생이 명탐정 코난 36권인가를 사오라고 전화해서 난리치는 통에 일단 한양문고로 갔어요
. 코난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없고.... 이번에 대원에서 랴가와 마리모의 "뉴욕 뉴욕"이 정식
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예전에 나왔던 4권짜리 한질을 4000원에 주겠다고 하더군요. 오오~~~ 
한양문고 만세~~~~

아... 잠깐 사족을 달자면, 뉴욕뉴욕은 야오이가 아닙니다. 그건 "게.이.물"에 가까운, 사랑 
이야기입니다. 동성애자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이해받기 어려운 아픔, 주변의 시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사랑. 자세한 이야기는 며칠 있다가 리뷰를 올리던가 하겠습
니다. ^^

근데.

전철역 계단을 다시 깨금발로 내려가다가 드는 생각이, 신도림의 계단과 동암역의 계단, 
그리고 마을버스 내려서의 약간의 비탈길 등등..... 홍대의 몇 칸 안 되는 계단에서도 굴러
갈 뻔 했는데, 신도림? 동암역? 비탈길? 으악!!!! 택도 없습니다.

이 다리로는 도저히 못 간다는 결론을 내리고 신촌으로 갔습니다. 비싸기는 하지만 우리 
집에서 5분 거리에서 내려 주는 삼화 고속을 타려고요. ^^ 게다가 홀짝제를 충실히 지키는 (
벌금 때문일까? 설마....) 사람들 덕분에 차도 별로 안 막혀 보였으니까요.

문제는 여기부터였죠....

버스를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뭘 잘못 먹은 것일까요? 아
니, 잘못 먹은 것이 없더라도 요즘 한참 위장이 예민하던 터니까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잘못
이었습니다. 그리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과 식은땀. 세상에, 다리 아픈 것도 신경 쓰
여 죽겠는데 이게 무슨 일이래요? 전 정말 가좌동행 고속버스 안에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
답니다. 겨우 핸드폰을 열어서 세이의 단축번호를 눌렀어요.....

세이 : "목소리가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혜진 : "나.... 아파....."

계속 달래주는 따뜻한 목소리가 괜히 서러워서, 그런 데서 아프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없
잖아.... 하고 말하는 가벼운 책망같은 말이 가슴에 꽂혀서, 그냥 눈물이 나는 것을 내버려 
두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어째서. 나는. 이런 사람이 아프다고 좀 찡얼
거리면 구박하기에만 바빴던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만치 않은 주제에 잔병치
레 잘 하고 몸도 약하다고 밥먹듯이 구박했는데, 이 사람은 그냥, 달래 주었습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정신연령이 낮다고들 해도, 둘이 있을 때에는 아무리 내게 철없이 굴고 어리광 
부리기도 해도, 이 사람은 나보다 어른이구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마음.

집 근처에서 내려서..... 체해서 속이 메슥거리니 과일 종류가 먹고 싶더라고요. 과일 가게 
쪽을 지나가 보는데, 과일 진짜 비싸네. -_-;;; 특히 오렌지, 저걸 사먹으라는 거야, 감상하
라는 거야? 4개에 5천원? 쳇!!!! 결국 꿩 대신 닭이라고 수퍼에서 오렌지 주스를 한 병 사서 
나오는데.....

쌔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무시무시한 속도의 중국집 오토바이!!!!

평소같았으면 가볍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한 손에는 오렌지 주스, 한 손에는 뉴욕 뉴욕 만
화책, 그리고 크로스백. 결정적으로 이 시점에서는 거의 끌고 다니는 거나 다름없는 아파 
죽겠는 오른쪽 다리.

살려주세요~~~~ T_T 제가 지금 죽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잖아요....

(농담 아니고 이 아가씨는 정말 저런 생각을 하고 사니 문제라는 겁니다.)

뭐, 천만 다행히 중국집 오토바이가 쌩 비켜 가기는 했는데, 오토바이 뒤에 뭐가 튀어나왔
는지 크로스백을 퍽 스치고 가는 것이, 아아, 조금만 핀트가 어긋났으면 여러분은 오늘 이 
글을 못 보실 뻔 했습니다. ^^;;;;

그래서.....

오늘은.....

계단에서 구를 뻔 하고 체하고 돌아가실 것 같은 두통에 시달리는데 아스피린도 없고 온 
몸에서 식은땀은 나는데다가 오토바이에 무방비로 치일 뻔 하기까지 해서 겨우 아파트 앞 
까지 왔습니다. 소위, 살아서 돌아왔다는 건데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아, 오늘 밤은 감기약과 소화제를 블랜딩해 먹어야 하나? 이럴
 줄 알았으면 공부 좀 더 해서 약대에 가는 거였는데. 섞어먹어도 좋을지 헷갈리는 상태로 
일단은 파스부터 갈아 붙이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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