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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RE: 잃어버리지 않기.....

등록 2002-06-09 21:40:07     조회 196
이름 ThePhantom    

'얼굴 찌뿌리지 말아요'...한때 맨날 흥얼거리고 다녔었네여 ^-^
세이님 굿~* ㅎㅎ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어른이 된다는건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던가, 육체가 성장한다던가...
그런것이 아니라 단지 현실에 편승한다는것일뿐...

머랄까여...요즘들어 그말을 절감하는거 같습니다.
몇년전, 아니 작년만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현실을 생각한적이 없었는데
그냥 내가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고, 돈은 못벌어도 입에 풀칠만 하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머해먹고 살지? 란 생각을 정말 현실적으로 하게 되네여 -_-;;
정말...이런 제 자신이 짜증날때가 많습니다만..
(그래서 상당히 모순적인 모습을 보일때가 많아진거 같습니다..
 마음은 안그런데 괜히 화내고 그러는...)

머...영원히 어린애로 살순 없을까요 ㅎㅎ









: 취직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았지만, 저는 많이 변해 버린 것 같습니다. 주말을 기다리고, 
: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월급날을 기다리는 거요? 그건 알바할 때도
:  그랬으니까 뭐..... ^^;;;;;) 다른 분들 보기에야 여전히 아니올시다일 지는 잘 모르겠지만,
:  어쨌건 튀면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조용하고 조신하게(-_-;;;) 지내려고 노력도 합
: 니다. 프린트를 할 때와 우리 회사 웹 중 일부 기능을 이용할 때에는 윈도가 훨씬 편하다
: 는 사실도 절감하고 있지요. 엑셀 파일 역시 엑셀에서 뽑을 때 제일 예쁘다는 것도. 그 전
: 에는, 정말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라도 할 때 아니면 대체로 리눅스 쓰면서도 별 
: 불편을 못 느꼈던 것 같은데. 점점 운동부족이 되는 것이 걱정스러워 퇴근 후에 30분씩 달
: 리기를 하고 집 구석에 처박혀 있던 AB 슬라이드를 하고는 있지만, 점점 몸이 늘어지는 것
:  만은 어쩔 수가 없네요. 그리고, 2시간 걸려 퇴근을 하면 늘어져서, 영어나 수학 공부도 
: 제대로 들여다 볼 마음이 안 들어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만 읽다가 잠들어 버린다는 것
: 도. 취직한 이후로 세이랑 데이트하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꾸벅거리지 않은 적이 
: 없다는 것도. 옷 사이즈는 다행히 그대로이지만, 체중이 늘어났다는 것도, 머릿 속에 떠
: 오르는 스토리를 그저 메모만 해 놓고 글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다행히도 책값과
:  만화책값으로 전 보다는 더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좋은 점이기는 하지만 역시 변화..
: .. 이군요. 아마도 어쩌면, 어느 회사로 가더라도 일어났을 성 싶은 변화이기는 하지만. 
: 그나저나. 전혜진은 어디로 갔죠? 제가 알고 있는 걔는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요. 그냥 자
: 기 편하자고 남들에게 적당히 맞추고 살아가면서 시도때도 없이 방긋거리는 애는 더더욱
:  아니었는데요. (앨범을 펴 보면 80% 이상이 무표정 혹은 인상....-_-) 좋아하는 것이 많은 
: 만큼 공부해야 할 것도 널린 것 같아서, 정작 학교 수업은 날라리로 들을 지언정 이것저
: 것 자기가 마음에 드는 건 찾아서 공부하던 애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하루 반 페이지나 
: 진도가 나갈 까 말까 하는 기하학 원론 책은 어떻게 된 거죠? 두시간을 걷기만 하고도 쌩
: 쌩했던 애는 어디 가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운 좋게 자리가 나면 병든 병아리같이 꾸벅거
: 리는 애만 남아 버린 거죠? 그나마도 1~2년 지나면, 아마도 아줌마들 뺨치게 빈자리를 찾
: 아 동방불패같이 날아다닐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혜진~ : "그래서 말인데..... 내가 없어질
: 까봐 두려워 죽겠어. 이러다가, 나중에 정말 해 보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 이미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애는 없어져 버리는 거 아닐까?" 세이 : "회사 때문에 그래?" 혜
: 진~ : "뭐, 우리 회사야 괜찮은 편이라던데. 주워 들은 바에 의하면 생리휴가도 마음대로 
: 못 쓰는 회사도 있다고 그러더라구..... 다른 분들도 괜찮은 편인 것 같고....." 세이 : "근
: 데 왜?" 혜진~ : "글쎄..... 그냥, 의문도 갖지 않고, 시키는 대로 실수없이 하면 조용하게 
: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쵸비츠에 나오는 파소콘(=퍼스컴...-_-;; 일본식 발음이라나요 뭐
: 라나요)들이 딱인 것 같기도 하고. 젠장~ 군대 갔다 온 너는 좋겠다." 세이 : "그건 또 무슨
:  소리야?" 혜진~ : "까라면 까라....는 체제 하에서 2년 넘게 지냈으니, 군대보다는 덜 빡센 
: 회사 정도에는 적응 잘 할 거 아니야?" 세이 : "이거 봐. 끝까지 적응 못하다가 나왔다구. -_-;;;;; 그러니 소위 말하는 "복학생"같이 변하지 않았지." 혜진~ : "하긴, 조금밖에 안 변하기는 했지..... 맞아. 너 이뻐." (주: 여기서 "복학생"같다는 말은 이상한 뜻이 아니라, 주변에서 많이 보는 복학생과 군대 가기 전의 남학생의 평균적인 차이 정도.....에 대한 말입니다.) 이러다가는, 정말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나타났을 때 선뜻 일어날 용기조차 갖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실패라던가 그런 거, 정말로 두려워하게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그냥 하던 일이나 하면서 조용하게, 그렇게 꿈은 벽장 속에 집어 쳐 넣고는 살아가다가, 언젠가 결혼하고 아이 생기면 그만두고, 그러고는 나날이 퍼져 가는 아줌마가 되면서 점점 더 꿈 따위 어디다 넣어 놓았는지 잊어 버리고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지독한 불안감. 아니, 어느 회사에 가더라도 저는 그렇게 되어 버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는 모자라요. 뭔가, 사단을 내야죠. 아주, 먼지가 끼려고 그러는 수학책을 싹 털어내고, 새 영어사전을 구입하고, 인터넷으로 강좌를 신청하고, 내년에 방통대에 진학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리고, 이 글을 쓰고 나면 어제 도서전에서 산 세계지도를 책상 앞에 걸어 놓아야 겠습니다. 이왕이면 "세계정복"이라고 매직으로 적어서 걸어 놓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요. 아아..... 책이 한보따리 쌓여 있던 책상도 정리했어요. 아마 당장은 그리 멋대로 행동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건 저의 주체는 주변 사람들이나 회사가 아니라 전혜진이죠. 이 녀석이 사라지면 저는 그냥 신도림역에서 전철에 깔려 죽느니만 못합니다. 지금만큼 적당히 맞추고, 아아, 한페이지 짜리 서류에 왜 자꾸 나는지 모르겠는 오타나 좀 줄이고. 특별히 사고는 치지 않도록 애는 써야겠지만..... 어쨌건 회사에 다니는 이상 조심은 해야 하겠지요, 뭐. 하지만 저는 접니다. 회사가 더 이상 제 인생에 간섭하게 되기 전에, 퇴근하고 나서라도 어서 원래대로 돌아와야 겠습니다. 어쩌면, 이제 잃어버리면 그 녀석은 다시 돌아와 주지 않을 지도 모르는데요. ps) 세이가 오늘 아침에, 분명히 성당 가 있을 시간에 전화를 해 왔습니다. (발신자 번호 표시가 되니까 알죠.) 받아보니, 세이는 말이 없고 꼬마 애들이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노래를 합창하는 소리가 들려 오네요. 요즘은, 정말로 이쁜 짓이 많이 늘었어요..... ^^;;;;;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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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Phantom_The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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