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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내 침대 머리맡

등록 2000-11-06 00:35:12     조회 5667
이름 seha    


	우울한 기분에 청소를 시작했다.
	언제나 흩어져 있는 내 침대. 작은 서랍장, 나무로된 사물함, 스탠드...
	언제나 너저분하게 종이들이 흩어져 있고, 여기저기 작은 조각들이 많이
	도 있다.

	쓸데없는 명함들은 세종류나 있었고, 이전 회사, intizen, miclub 이 세
	명함이 아직도 내 옆에 남아 있었고, 뒤적이다 보니 일년 전쯤에 알파리
	눅스에서 만들어준 스티커 비스무리한 것도 몇개 나온다. 명함들은 기념
	으로 한장씩만 남기고 없애고, 필요없다 싶음 자질구레한 것들 버렸는데
	도 수북하다.

	분홍색 편지봉투, 서툴게 만들어 꼼꼼하게 풀칠한 하얀 편지 봉투, 광수
	생각 엽서 한장.
	편지는 죄다 상자안에 두었는데 몇개가 굴러다녀 펴보았다.

	안녕? 이라고 시작하는 네모 반듯한 하얀 봉투안의 글씨는 대학 1학년때
	단짝 친구가 군대에서 보낸 것이였다. 서로 사소한 오해로 싸우고, 절교
	선언하고-일방적으로 나 혼자- 군대가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많이 잘못
	했다. 스스럼없이 웃고 떠들면서 '야야 너 그랬어'라고 말하는 사이지만
	내가 그 친구에게 더 많이 잘못했다는 것을 별 내용없는 그 편지 한장에
	서 깨달을 수 있었다.
	군대에 있는 동안 단 한번도 연락하지 않은 내게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멋진 새해도 잘 맞이하길....
					- 97. 12. 14. XX

	라고 마음 좋게 인사해주었으니 말이다.


	이 엽서가 제대로 갈런지 모르겠군.... 이라고  시작한 1학년 때 친구의
	엽서.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내게 다
	시 일깨워준 친구. 하이텔 리눅스동에서 내 이름을 보고 혹시나 하고 메
	일 보냈던, 그리고 광수생각의 엽서.

		달고나.
		공룡. "카오!"
		버스안내양 "다음 내리실 역은 개포동입니다."
		병우유. "종이뚜껑이 안으로 들어가야 더 맛있다"
		쫀득이. "..."
		... 그리고 사랑. 지금은 이제 없어져 버린 것들.


	분홍 봉투안에는 예쁜 꽃그림의 카드가 있었다.

		희진이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좋아하는 이의 선물을 산다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입니다.
		수많은 선물 중에서 어떤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는 일...
		-그 일이 머리와 다리를 조금은 피곤하게 만들지라도 ^^.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자유와 선택의  기회가 그대에게 주어
		집니다.
		낮설다고 망설이거나,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자유를 맘껏
		누리기를 나는 기원합니다.

					- 1999년 2월 어느날.


	세 장의 종이.
	우울함이 사라지고 너무도 상투적인 반성이 나를 휘감았다.
	잠시 다투더라도, 잠시  토라지더라도, 결국  이 사람들은 내 곁에 있는
	거구나. 생각해보면 등돌린 것은 언제나 내가 먼저였지 않았는가.

	잊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내가 먼저 쉽게 잊어버리는 것.

	내게는 많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언제나 주변인이라며 고뇌하는 척하여도 결국은 어리광이 아니였는가 하
	는 생각들.

	과연 나만 그런걸까?

	나는 너무도 늦게 습득하는 것 같다.



- 때늦은 깨달음. 2000. 08. 09. AM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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