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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1세기를 무엇을 하며 맞이했는가?

등록 2001-01-01 11:44:35     조회 2420
이름 seha    


        상업화에 이끌려 21세기를 1년  먼저 맞이 했다. 뭐 아니라고 나처
        럼 우기면 그만이지만 마치 2000년이라는 숫자 앞대가리 바뀌는 일
        이 천지개벽의 시초라도 되는 냥 참 떠들썩했다.

        이러쿵 저러쿵 20세기의 마지막 2000년은 가고 2001년 진정한 21세
        기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넙죽*



        그러니까 벌써 1세기 전, 밤 9시 쯤에 짝지가 내게 보신각 타종 구
        경을 제안했다. 물론 이 얼마나 설래는 일인지 종치는 모습이야 TV
        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오밤중에 밖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
        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밖은 너무 추웠고 나는 설레설레 할 수 밖
        에 없었다. 우리 부모님이 정말 간만에 '니 맘대로 해라'고 하셨는
        데...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짝지와 나는 키위가 생각났다.
        왠 키위? 외할아버지께서 손녀딸 먹으라고(설사 당신 딸 몫일지 모
        르겠지만 나는 내 몫이라고 우긴다!) 직접 따아 보내준 못생긴데다
        너무 시고, 물렀거나, 딱딱해서 까서 먹기에는 힘에 부치는...

        '엄마엄마~ 키위 어디 있어요?'
        '옥상 창고에.. 뭐하게?'
        '잼 만들게!'

        나랑 짝지는 부산스럽게 덜덜 떨며  옥상으로 갔고, 키위 한상자를
        겁없이 들고 내려왔다. 이제부터 하는거야!라는 마음으로..

        키위를 참 열심히 깠다. 나는 골라내고 짝지는 열심히 껍질 벗기고,
        옆에서 보던 셋째가 좀 불쌍해보였는지 자기도 하겠다고 앉았다.
        고르고 까고 고르고 까고, 끝이 없어보였다. 먹을 것으로 골라놓은
        키위는 한상자 중에서 쌀그릇으로 하나 정도? 나는 칼을 쥘 수 없
        을만큼 손이 아팠고, 짝지는 키위물에 손이 불었다. 키위는 맛있는
        잼으로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털복숭이 괴물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다 깠다!

        키위를 커다란 들통에 넣으면서 내가 그랬다.
        '우리 이거 짤라야 하지 않을까?'
        '아냐! 다 으깨져!'
        짝지는 확고히 대답했다.

        그리고는
        '야 물넣자'
        '왜?'
        '원래 잼에는 물 넣어야해'
        '아냐 잼만드는거는 물 넣으면 안돼!'
        옆에서 아빠가 거드셨다.
        '야야 물 넣어야해.'
        헉! 이 두 남정네가 나보다 더 잘아나봐?

        엄마는 방에서 세상 모르고 주무시고 우리는 깐키위에 엄청난 물을
        부었다. 그 녀석들은 아마 목욕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는 사
        정없이 뜨거운 불에 끓였다.
        조금 뜨거워지자 녹색의 키위들은 색깔이 점점 칙칙해져갔다. 저걸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 내색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하는 작업은? 으깨기!
        뜨거운 물에 목욕하는 키위들은 조금씩 으깨지기 시작했다. 긴주걱
        을 찾으러 온 부엌을 헤매다가 결국 찾아낸 30Cm 가량의 주걱으로
        열심히 으깼다. 하지만 역부족.
        팔팔 끓는 물에도 키위들은 잘게 으깨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팔은
        아파오고 이놈의 키위들은 여전히 땡땡하게 뭉쳐 있고, 고민이였다.
        여하튼 형상이라도 잼처럼 될려면 얘들은 으깨져야하고 그렇지않으
        면 완전히 나는 과일조림을 만들게 될 판이였다.

        그 때 생각난 조리기구는 바로 튀김그릇. 기름 속에 튀김들을 넣어
        꺼낼 수 있게 만든 구멍 송송 뚤린 그 기구! 꺼내서 키위를 건져넣
        고 거기서 열심히 으깼다. 한 30분 으깨니까 들통 3/4를 차지하던
        키위들이 부피가 줄어서 2/3정도로 보였다. 뿌듯했다. ^_^

        짝지가 잠시 화장실로 사라지고 나는 열심히 저었다. 그 때 TV에서
        는 갑자기 노래하던 가수들이 사라지고
        '자 종각 나오세요'
        '네 종각입니다. 이제 첫 타종이 시작되겠습니다.'

        헉...
        21세기다.
        21세기였다. ㅠ.ㅠ
        '21세기래.. 2001년이래 ㅠ.ㅠ 새해 복 많이 받아'

        우리는 키위와의 싸움으로 21세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런 일이 --;
        늦어서 짝지는 먼저 보내고, 나는 또 다시 1시간 넘게 설탕을 넣은
        키위죽?을 휘저으며 보냈다. 젓다가 젓다가  지쳐서 아침이면 얘들
        이 끈적끈적 뭉쳐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2시 30분쯤에 자러 갔다
        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쳐다 봤지만 여전히 키위죽?이였다.
        그 때 엄마의 절망적인 한마디.
        '야, 더 끓여도 소용없다!'


        아~
        나와 짝지의 21세기 신형 키위잼! 먹을 사람 있우?
        있다면 내가 새해 복도 얹어 줄텐데....
        들통 1/2이상을 차지한 저 잼을 어쩌지? -_-;



        진짜! 키위잼 만드는 법
        1. 키위 준비
        2. 키위의 두배되는 설탕 준비
        3. 키위를 벗기고 잘게 잘라서 약한 불에서 물 넣지 말고! 끓인다.
        4. 끓으면 설탕을 넣는다.
        5. 눌지 않게 잘 저어가면서 졸이면 된다. -_-;



- 21세기는 키위죽과 함께.. 2001. 01. 01. AM.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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