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없었다면 재작년의 들쑤석거림도 없었겠지요. 아무튼,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들어서던 그 때 11시 59분만이 유일하게
해가 바뀌는 게 의미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재미있잖아요.. 스릴 같은 거. ^^
하지만, 예수 탄생 이래로 12월 31일 11시 59분 59초와 1월 1일 0시 정각은
"1초" 차이일 뿐입니다. 지구가 그 시간에 정확히 있던 자리에 있기나 한 걸까요?
의미없는 삶이어서 억지로 의미를 만들어 넣으려고 하는 걸까요?
생일, 무슨무슨 기념일, 아니면 애들사이에 유행하는 달바다 찾아오는
**데이들..
차라리 산다는 게 의미가 없다면 의미 없는 채로 솔직히 지내는 게
좋겠습니다. 없는 의미를 만들려고 아웅다웅하는 게 처량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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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업화에 이끌려 21세기를 1년 먼저 맞이 했다. 뭐 아니라고 나처
: 럼 우기면 그만이지만 마치 2000년이라는 숫자 앞대가리 바뀌는 일
: 이 천지개벽의 시초라도 되는 냥 참 떠들썩했다.
:
: 이러쿵 저러쿵 20세기의 마지막 2000년은 가고 2001년 진정한 21세
: 기의 아침은 시작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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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넙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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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벌써 1세기 전, 밤 9시 쯤에 짝지가 내게 보신각 타종 구
: 경을 제안했다. 물론 이 얼마나 설래는 일인지 종치는 모습이야 TV
: 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오밤중에 밖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
: 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밖은 너무 추웠고 나는 설레설레 할 수 밖
: 에 없었다. 우리 부모님이 정말 간만에 '니 맘대로 해라'고 하셨는
: 데...
:
: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짝지와 나는 키위가 생각났다.
: 왠 키위? 외할아버지께서 손녀딸 먹으라고(설사 당신 딸 몫일지 모
: 르겠지만 나는 내 몫이라고 우긴다!) 직접 따아 보내준 못생긴데다
: 너무 시고, 물렀거나, 딱딱해서 까서 먹기에는 힘에 부치는...
:
: '엄마엄마~ 키위 어디 있어요?'
: '옥상 창고에.. 뭐하게?'
: '잼 만들게!'
:
: 나랑 짝지는 부산스럽게 덜덜 떨며 옥상으로 갔고, 키위 한상자를
: 겁없이 들고 내려왔다. 이제부터 하는거야!라는 마음으로..
:
: 키위를 참 열심히 깠다. 나는 골라내고 짝지는 열심히 껍질 벗기고,
: 옆에서 보던 셋째가 좀 불쌍해보였는지 자기도 하겠다고 앉았다.
: 고르고 까고 고르고 까고, 끝이 없어보였다. 먹을 것으로 골라놓은
: 키위는 한상자 중에서 쌀그릇으로 하나 정도? 나는 칼을 쥘 수 없
: 을만큼 손이 아팠고, 짝지는 키위물에 손이 불었다. 키위는 맛있는
: 잼으로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털복숭이 괴물처럼 보였다.
:
: 하지만, 우리는 다 깠다!
:
: 키위를 커다란 들통에 넣으면서 내가 그랬다.
: '우리 이거 짤라야 하지 않을까?'
: '아냐! 다 으깨져!'
: 짝지는 확고히 대답했다.
:
: 그리고는
: '야 물넣자'
: '왜?'
: '원래 잼에는 물 넣어야해'
: '아냐 잼만드는거는 물 넣으면 안돼!'
: 옆에서 아빠가 거드셨다.
: '야야 물 넣어야해.'
: 헉! 이 두 남정네가 나보다 더 잘아나봐?
:
: 엄마는 방에서 세상 모르고 주무시고 우리는 깐키위에 엄청난 물을
: 부었다. 그 녀석들은 아마 목욕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는 사
: 정없이 뜨거운 불에 끓였다.
: 조금 뜨거워지자 녹색의 키위들은 색깔이 점점 칙칙해져갔다. 저걸
: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 내색하지 않았다.
:
: 이제부터 하는 작업은? 으깨기!
: 뜨거운 물에 목욕하는 키위들은 조금씩 으깨지기 시작했다. 긴주걱
: 을 찾으러 온 부엌을 헤매다가 결국 찾아낸 30Cm 가량의 주걱으로
: 열심히 으깼다. 하지만 역부족.
: 팔팔 끓는 물에도 키위들은 잘게 으깨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팔은
: 아파오고 이놈의 키위들은 여전히 땡땡하게 뭉쳐 있고, 고민이였다.
: 여하튼 형상이라도 잼처럼 될려면 얘들은 으깨져야하고 그렇지않으
: 면 완전히 나는 과일조림을 만들게 될 판이였다.
:
: 그 때 생각난 조리기구는 바로 튀김그릇. 기름 속에 튀김들을 넣어
: 꺼낼 수 있게 만든 구멍 송송 뚤린 그 기구! 꺼내서 키위를 건져넣
: 고 거기서 열심히 으깼다. 한 30분 으깨니까 들통 3/4를 차지하던
: 키위들이 부피가 줄어서 2/3정도로 보였다. 뿌듯했다. ^_^
:
: 짝지가 잠시 화장실로 사라지고 나는 열심히 저었다. 그 때 TV에서
: 는 갑자기 노래하던 가수들이 사라지고
: '자 종각 나오세요'
: '네 종각입니다. 이제 첫 타종이 시작되겠습니다.'
:
: 헉...
: 21세기다.
: 21세기였다. ㅠ.ㅠ
: '21세기래.. 2001년이래 ㅠ.ㅠ 새해 복 많이 받아'
:
: 우리는 키위와의 싸움으로 21세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런 일이 --;
: 늦어서 짝지는 먼저 보내고, 나는 또 다시 1시간 넘게 설탕을 넣은
: 키위죽?을 휘저으며 보냈다. 젓다가 젓다가 지쳐서 아침이면 얘들
: 이 끈적끈적 뭉쳐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2시 30분쯤에 자러 갔다
: 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쳐다 봤지만 여전히 키위죽?이였다.
: 그 때 엄마의 절망적인 한마디.
: '야, 더 끓여도 소용없다!'
:
:
: 아~
: 나와 짝지의 21세기 신형 키위잼! 먹을 사람 있우?
: 있다면 내가 새해 복도 얹어 줄텐데....
: 들통 1/2이상을 차지한 저 잼을 어쩌지? -_-;
:
:
:
: 진짜! 키위잼 만드는 법
: 1. 키위 준비
: 2. 키위의 두배되는 설탕 준비
: 3. 키위를 벗기고 잘게 잘라서 약한 불에서 물 넣지 말고! 끓인다.
: 4. 끓으면 설탕을 넣는다.
: 5. 눌지 않게 잘 저어가면서 졸이면 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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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는 키위죽과 함께.. 2001. 01. 01. AM.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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