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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글쎄요

등록 2001-11-29 18:26:49     조회 205
이름 연못    

글쎄요.. 이번글에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그런지 설득력이 별롭니다. 오
늘자 한겨레에 실린 현직교사의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존경하는 선배에게/ 이윤



선배님, 갑작스레 차가워지는 날씨 속에 안녕하신지요? 왠지 이번 한파가 교
사들의 정년연장 문제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싸늘한 눈총처럼 느껴지기만 합
니다.

언제 교감, 교장이 되겠느냐고 푸념하시던 선배님께서 3년전 느닷없이 `교
장 선생님'이 되셨을 때 제대로 축하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
시 교육부장관이 추진한 갑작스런 정년단축 덕분에 선배님은 기대보다 3, 4
년 앞서 출세를 하신 셈이었지요. 선배님도 잘 아시다시피 그때 정년 연령
의 교사들만 학교를 떠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육부가 한시적으로 명예퇴직
을 할 수 있는 무마책을 만들어주는 바람에 정년에 이르지 않았던 교사들도
이런저런 저울질 끝에 얼마나 많이 교단을 떠났습니까?

그런데 이제 또다시 교사들의 정년연장 문제가 불거져 착잡하기 그지 없습니
다. 며칠 전 교육부가 통계자료에서 밝혔듯이 내년에 퇴임할 교사 2005명 가
운데 교실에 들어가 직접 수업을 맡는 평교사는 고작 377명입니다. 이런 상
황에서 63살로 정년을 1년 연장하는 조치는 교장이나 교감 자리를 지키려는
1600여명만을 위한 잔치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수구적인 교원단체와 이를 부추기는 거대야
당의 정략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거대야당이 자신들
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한 기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교사들을 국가백년지대
계의 인질로 몰아가고 있다는 판단이 과연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유능한 기업체 직원들조차 40대의 나이에 길거리로 내몰렸던 구제금융의 고
난을 넘기면서도 우리 교사들은 62살 정년보장이라는 철밥통을 지켜내고 있
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이 자리에 눌러앉아 있는 것은 해마다 수없이
배출되는 새로운 교사 희망자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들
은 바로 선배님이나 제가 취업을 걱정하고 있는 우리의 자식들이 아닙니까?

한참 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생각할 때, 또 더
는 공교육을 믿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생각할 때, 우리가 조금 일찍
물러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시대적 결단이 아닐는지요? 이웃나라의 대
학교수들이 후진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정년단축을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더
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 제 앞에 남은 4, 5년 간의 교사생활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 `젊은 후배들에게 신세지지 않는 교사'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의문입
니다. 젊었을 때는 열성적이고 수업 잘하는 선생이라고 칭찬도 들어 보았습
니다만, 지금은 그저 주어진 일과나 탈 없이 채우고 있을 뿐입니다. 내 아이
들이 다 크고 나니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대학입시 제도도 남의 일같이 들
리고, 컴퓨터도 어렵게만 여겨지니 손으로 시험지를 만들던 그 옛날이 문득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조금 앞당겨 퇴직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
려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그 대안을 조금이라도 생각
하는 교사라면 이런 갈등을 한번씩은 겪었을 것입니다.

1년 정년 연장을 놓고 교사들의 명예회복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62개의 떡에 한 개를 더 얹어 준다고 하여 우리 교사들은 결코 환
호할 수 없으며, 진정한 자존심과 명예는 그렇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을. 정치가들이 당리당략에 눈멀어 임기응변식의 졸속적인 선심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교육의 근본적인 제반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심사숙고
하고, 우리 교사들의 의사가 반영된 대선공약을 제시하라고.

선배님, 교직에 첫 발을 내딛는 저에게 학생들이 따르는 선생님이 되기를 강
조하며 술을 사주셨던 날, 진정으로 세상을 바르게 살고 저 낮은 곳을 향한
무명의 버팀목이 되자던 다짐이 생각납니다. 젊은 날의 열정과 맞바꾼, 세월
이 가져다준 지혜로 다시 한번 마주 앉아 소주잔을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두서없는 글 이만 줄이겠습니다. 더욱 안강하시기를 빕니다.

이윤(홍익대 사대부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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