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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이별보험 I

등록 1999-04-21 23:17:11     조회 912
이름 seha    


        라디오 방송을 듣다 보면, 또는 동호회 익명 게시판을  읽다 보면, 세상에 슬
        프지 않은 사랑은  없고,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도 없고, 아름답지 않은 사
        랑 역시 없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하고많은 사랑타령이 아니
        다. 내가 아니더라도 그런 사랑타령은 그  누군가에 의해서 아주 당연하게 이
        어질테니.

        라디오 방송에서 내가 그제 들은  내용은 너무 쉽게 헤어지자  말할까봐 이만
        원씩 매달마다 투자해 적금을 넣고 있는 연인의 이야기였다. 우리  시대의 사
        랑은 떨궈져서 밟힐만큼 흔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른아른 사라져가기도 한다.

        처음 연애를 하는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그것은 바로 이별이다. 혼자였
        던 사람은 이별뒤에 오는 그 쓸쓸함을  모른다. 이별 뒤의 죽음처럼 엄습해오
        는 외로움, 혼자라는 사실에 대한 공포를 모른다. 그것은 금단의 열매처럼 함
        께라는 테두리 안에 한번이라도 속했던 자만이 아는 것이다.

        나 역시 그랬었다. 처음 연애를 하고 절대 안된다는 상대의 만류보다는 내 안
        에서 그 이후에 대한 처리를 하지 못하고 혼자라는 외로움을 참지 못할 것 같
        아서 시간을 질질 끌었었고, 그리고 결국 헤어질  때는 다행히 별 것 아닌 것
        처럼 잘 견뎌냈다. 어쩌면 내가 잘 견뎌낸 것이 아니라 생각외로 원래 고통이
        적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내 상상 속에서 극대화되어서 중국의 나비에서
        아시아의 폭풍우로 커져갔는지도.

        나처럼 흔히들 이별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헤어지지 못하는 것이고 그
        래서 결국 함께하는 것일 때도 있다. 그런 날을 위하여 보험을 들어야할 것같
        다. 손다리가 짤려 나가면 분명히 보험비가 나오는데, 그보다 더한 마음이 깨
        지고 찢겨지는데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억울한 일이다.
        왜 아무도 이별 보험은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있다면 이것은 미팅 이벤트 업
        체에서 주관해야하는 것일까?

        나는 정말 누군가가 내 이별 후의 아픔을 대신해줬으면 한다. 그렇다면 혹 누
        가 아는가 얼음마녀 세하 역시 사랑을 하게 될지.



- I, 1999. 4. 21. PM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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