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보지 못한 영화가 있다. 개봉이 안되었기도 하지만 개봉이 된
다하더라도 내가 그 영화를 보러간다는 것은 꽤 큰 용기가 필요할
것임이 틀림없다.
한국영화라서? 아니 최루영화라서.
나는 영화 의 줄거리만으로도 펑펑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좋아하지도 않는 연약한 척 하는 여자의 대명사처럼 보이는 이영애
와 멋있지도 않으면서 멋있는 척 하는 남자, 이정재가 나와서는 영
어울리지도 않을 것 같은 일상의 부부,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
보지도 않아놓고는 참 말도 많다.
바로 몇십분 전이 화이트 데이였다. 아무 유례는 있을리가 없고 젊
은이들에게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는 것도 우리나라 뿐이 없겠지.
내가 아직 사고의 중심을 가지지 못했던 시절, 초등학교 때 담임선
생님은 꽤 혁신적인 분이셨다. 우리에게 샹송을 가르치시기도 했고
북한의 사진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그 분이 발렌타인데이의
유례를 알려주셨고, 차라리 견우직녀 만나는 칠월칠석에 떡을 주고
받으라고 하셨더랬다. 그 이야기는 오래오래 내 안에 자리 잡고 있
다. 지금도 물론.
시간이 흐르고 대학을 가게 되어서 화이트데이 선물을 매년 꼬박꼬
박 받아왔다. 그런 것을 믿지 않으면서 그래도 은근히 기다려지는
것은 아무래도 나 역시 물심에 약한 사람이라서?
아니 그 보다는 그 작은 사탕 한개에서 "아 이 사람이 나를 아껴주
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
짝지를 만나고 세번째 화이트데이.
지인들에게는 초콜렛과 까까를 외치면서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정
작 내 짝지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해 준 것도 없
을 뿐더러 허례허식이랄까? 그리고 부담도 주고 싶지 않았던 것.
만나서 저녁이나 함께 먹으려고, 회사근처까지 가서는 결국 티격태
격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훌쩍이다가 중간에 내려서 언
제 그랬냐는 듯이 밥을 먹고 힐끗힐끗 째려보면서 장난치고.
집에 데려다 주고는 나가기 전에 눈감으라고 내게 그랬다. 솔직히
그건 참 유치한 수법이라지만 잠자코 눈을 감았다.
"까까야?"
"아냐"
"초코렛야?"
"먹는 거 아냐"
"흠.. 사운드카드야?"
"것도 아냐."
"그러면 뭐지 -_-..... 공시디!"
"아냐!"
내 손에 놓여진 것은 왠 상자? 그 안에는,
MP3CDP가 들어 있었다.
'너무 비싼데...' 내가 처음 한 말이였을거다. 고맙다는 말보다 미
안함이 먼저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늘 덤벙대는 성격
과 세심하지 못한 면 때문에 챙겨주지 못하니까.
그리고 늦게 일어선 짝지는 12시가 다되도록 버스가 안와서 길거리
를 헤매었다.
짝지가 가고 설명서를 읽어보다가, 아... 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거기에는 충전을 하기 위해서는 6mm정도 건전지의 표피를 벗기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짝지가 가져다준 건전지는 이미 그렇게 되어있
었던 것이다. 분명 덜렁대는 내가 손 다칠까봐 먼저 벗겨놓은 것이
리라. 나는 짝지가 내게 주고간 선물이 실은 짝지의 배려라는 것을
알고 어쩔 줄 몰라했다.
"너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나 아니?"
라고 묻던 짝지. 2월달부터 주문해놓고는 기다렸다는..
조금은 다른 미안함이고 조금은 다른 고마움이겠지만, 그리고 그 눈
물 역시도 다른 것이겠지만 나는 눈물이 고이면서 영화 을 생
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속에서는 헤어지는 순간에서야 깨달아갔던 것을 나는 늘 느끼고
있지 않는가,라는 행복함.
에서 아내 정연이 그랬다.
"당신은 세상이 내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어.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이제 무엇을 생각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 시네마천국 OST를 들으며.. 2001. 3. 15. AM. 0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