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의 이야기이죠. 학교 전산실에서는 채팅을 못 하게 되어 있습니
다. 그래도 채팅을 하고 싶은 때가 가끔, 아주 가끔 있는 법이죠. 그럴 때
는 꼭! 반드시! 인적없는 리눅스 쪽에서 채팅을 신나게 하면서, 누군가가 오
면 좀 해괴한 소스가 띄워져 있는 한텀을 보여주곤 했답니다. 뭐, 그것 뿐이
겠어요. 말 나온 김에 더 해 보죠. 사실 전산실에서 뭐 먹으면 안 되거든
요. 방학중 혹은 주말 쪽에 컴퓨터 손볼 일 있어서 학교 오면 "밥먹으러 나
가기 귀찮아!" 라는 핑계로 아예 햄버거나 그런 애들을 사들고 들어와 전산
실에서 잘 먹기도 했고요. 그러고 보니, 전산실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는 짓
만큼은 못 하고 졸업을 했군요. 그런 건 졸업 1주일 전 배 째라 정신으로 해
야 하는 일일진대, 졸업식 닷새 전에 졸업 수속을 밟았으니 뭘 할 수 있엇겠
어요. 후후!!!!!! 그러고 보면, 후배들이 전산실에서 뭐 먹으면 두들겨 패
던 제가 사람 없는 전산실에서 뭔가 까먹던 것도, 그리고 전산실에서 게임하
면 안된다고 사람들을 갈구던 제가 리눅스 쪽에 숨어서 xbill(뭐, 다들 아시
겠지만 간혹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 드리자면, 빌게이츠가 컴퓨터에 윈
도를 깔기 전에 바퀴벌레 두들겨 잡듯이 클릭해서 잡는 게임입니다)을 하고
놀았던 것도. 졸업한 지금에나 할 수 있는 말이지요. 전산실의 대학원 선배
들은 평소에는 좋은데 화나면 아주, 아주, 아주 무섭거든요. ^^
IRC 라는 곳은 꽤 재미있는 곳이지요. 집에서도 동생이 수험생이라 한밤중에
는 힘들지만, 가끔 낮에는 들어가서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닙니다. 주로 게
임 쪽의 방들이 많지만, 가끔 재미있는 모임 방이 열리기도 하니까 종종 구
경 다녀요. 직접 대화에 끼지 않더라도 구경하는 것으로도 재미있는 것들도
있고.
실은 오늘도,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의 1시간 동안의 점심시간에, 삼각
김밥으로 후다닥 밥을 먹고는 IRC에 들어가서 놀았어요. 오늘 들어가서 논
곳은 khdp(우리의 kldp하고는 한 글자 다른, 아시는 분은 다 아시는 khdp 입
니다.) 방이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마침 IGRUS 회장님(아마 맞을걸요.)이
놀고 계셨지요. 창 띄워서 이런 저런 채팅을 30분간 했습니다. 으음, 졸업하
고 회사 다니는 이야기도 했고, 졸업 늦어진 이야기도 했었고, 미래에 혹시
우리 회사 필자로 팔아..... 아니, 섭외할 수 있을까 해서 미끼도 던져 보았
는데 "서점에 가니 해킹책이 너무 많더라고요." 라는 말에 항복!!! 그리고
는 눈 높은 회장님의 눈에 새내기들이 차지 않는다는 말도. 아아, 그러나 문
제는, 지금은 점심시간=노는시간=쉬는시간=일하기 위해 재충전 하는 시간 인
데도, 옆의 분 일하시지, 뒤에 옆의 분 일하시지, 팀장님이 가끔 왔다갔다
하시지, 도저히 대놓고 채팅 창을 띄워 놓을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는 거
죠. --;;;;;;
무슨 대딩도 아니고.
하여간 kldp의 어떤 문서가 띄워진 웹 브라우저와 mIRC 창을 번갈아 띄우며
잘 놀았습니다. 즉, 팀장님이 근처에 오시거나 하면 창을 바로 바꾸는 거
죠. (이런것을 얍삽하다는 말로 많이 표현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1시
25분까지 놀고는 정리하고 일 했죠......
이상하게도, 아무리 심심하기 짝이 없는 야오이 만화라던가 재미없는 연애
만화를 읽어도, 교과서 사이에 숨겨 놓고 보거나 혹은 수업 시간에 보면 정
말 재미있지 않습니까? (실감이 안 나시는 분들은 3회이상 정독한 "럭키
짱"을 갖고 실험해 보셔도 좋습니다.) 채팅이라는 것도, 1주일에 한번 정도
채팅을 즐기는 제가 결코 중독되지는 않지만 그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은 제
가 그 모든 일을 숨어서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들키지 않을
까 하는 스릴감, 들키기는 했지만 언제 그 말을 뱉어 놓을까 하는 아슬아슬
한 기분. 버젓이 노는 시간임에도 숨어서 하게 되는 채팅은, 물론 눈치를 보
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는 신입사원의 행동 양식이 빚어낸 일일 수도 있
겠지만, 어쩌면 아슬아슬함을 은근히 즐기는, 그런 류의 로망은 또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뭐, 물론 아슬아슬한 것이라면...... 아버지 퇴근 시간에 맞춰 집 앞에서 오
딧세이와 떠들고 있다던가...... 저희 아버지가 질색하시거든요. ^^ 뭐, 그
런 것도 있겠지요? ^^ 아아,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켜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