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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말" 잡지 http://www.digitalmal.com/news/news_read.php?no=210 “창자를 뽑아버리겠다. 씨를 말려버리겠다” 한나라당 총재경선 바로 하루 전인 지난 5월 30일. 그날 아침 한겨레신문을 읽던 독자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6면 하단에 실린 책광고의 문구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광고는 시정잡배도 입에 담기 어려운 이 끔찍한 폭언의 주인공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라고 밝혀놓고 있었다. 화제의 이 책은 전 중앙일보 사진기자 오동명씨가 쓴 『당신 기자 맞아?』. 커다란 활자 아래에는 작은 활자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자기에게 좋지 않은 기사를 썼다고 기자의 면전에서 ‘창자를 뽑아버리겠다’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은 이회창씨. 그 앞에서는 영낙없이 ‘꼬봉’이 되는 거대 신문 편집국장… 실명 비판의 대명사요 언론문제에 정통한 강준만 교수조차 완전히 사로잡아 끌어안고 잠들게 만든 바로 그 책… 뒤가 구린 언론들이 감히 다루지 못했을 뿐 이 책은 이제 알 만한 사람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단지 누구를 욕보이고자 쓰여진 책이 아닙니다.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십시오.” “보도 안한 너희들이 더 나쁜 놈이야!”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것은 과연 사실일까. 기자는 광고 문구에 적혀있는 대로 직접 소문의 진상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 전에 우선 『당신 기자 맞아?』에서 이회창 총재의 욕설과 관련된 부분을 찾아보았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지난 98년 늦가을쯤 나는 회사(중앙일보사) 앞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이회창을 찍었어야 했는데 김대중을 찍어 나라를 다 망치게 됐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비판에 동조하면서도 한쪽이 싫다고 다른 한쪽을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택시기사에게 언론계에 소문으로 떠돌던 97년 대선 당시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일 때 이회창 후보가 신문사와 방송사의 정치부 기자들과 함께 저녁회식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자기에게 좋지 않은 기사를 쓴 두 명의 기자를 지목하며, ‘너희들 씨를 말려버리겠어. 창자를 뽑아버릴 거야’라고 했답니다. 이 폭언은 당시 대다수 기자들이 알고 있던 사실인데, 그 당시 보도가 거의 되지 않아서 국민들이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대법관 출신이 이런 얘기를 기자들 앞에서 서슴없이 했다니 이건 그의 언론관 내지는 국민관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대목 아닙니까?” 대꾸조차 삼가던 택시기사는 “당신 기자 맞아? 기자들이 그런 사실을 신문에 밝히지 않으면 우리 국민들이 뭘 알겠어?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우리가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지…. 그때 보도도 안해놓고…. 너희들이 더 나쁜 놈이야!” 그 이야기에 나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비록 내가 정치부 기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언론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독자에게 사죄해야 했다. 다른 사사로운 것도 아니고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정치인의 언론관인데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했을 정보가 아닌가. 이것이 바로 언론계에 널리 회자됐던,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전혀 알 수 없었던 이른바 이회창 총재의 ‘창자론’과 ‘씨말리기론’의 내용이다. 한 정치지도자에 관한 ‘숨겨진 비밀’이 현직기자도 아닌 한 전직기자에 의해, 그것도 취재기자가 아닌 사진기자에 의해 3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기 전에, 97년 대선 당시 여야 정당을 출입했던 기자들을 만나보았다.(본인들의 요청에 의해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당시 한나라당 출입기자 김○○씨. ■이 총재가 술자리에서 했다는 ‘창자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당시 기자들 사이에선 널리 회자됐던 아주 유명한 이야기였다.” ■오동명씨 책에선 두 신문사 기자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고 기술돼 있는데, 두 기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 “말할 수 없다. 자세한 내막은 중앙일보 이연홍 차장에게 물어봐라. 그가 전말을 알고있을 것이다.” ‘창자론’과 ‘영도다리론’ 뭐가 다른가 다음은 당시 국민회의 출입기자 이○○씨. ■‘창자론’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물론이다. 당시 유명했던 일 아닌가. 기자사회에 널리 회자됐던 이야기다. 거의 모든 언론사 정보보고에 올랐던 이야기이다. 뿐만 아니라 『기자협회보』에도 보도됐고, 중앙일보가 작성한 ‘이회창 대선전략 보고서’에도 언급됐다.” ■욕설을 들었던 두 명의 기자가 누구라고 들었나. “동아일보 ○○○ 기자와 중앙일보 ○○○ 기자인 것으로 알고있다.” 지금도 취재현장에서 뛰고 있는 두 기자의 증언에서 이 사실이 기자들에겐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일선기자가 아닌 중앙일간지 간부인 정○○씨에게 물었다. ■‘창자론’은 대다수의 기자들이 알고있었는데 당시에 왜 보도되지 않았나. “결국 이회창 총재가 당시 여당후보였기 때문에 언론이 알아서 보도하지 않은 것 아닌가? ‘영도다리에서 빠져죽자’는 김광일씨의 발언도 사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다면 그냥 묻혀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치지도자가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다. 실언이라고 넘기기엔 너무나 ‘끔찍한 표현’이다.” 세 사람 모두 ‘회자(膾炙)’라는 말을 썼다. 회자의 사전적 의미는 “널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림”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론계 내부에서만 회자됐을 뿐이다. 이번에는 이 ‘공개된 비밀’이 알려지게 된 근거를 찾아 나설 차례이다. 그것은 진실 규명을 위한 실마리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나온 증언을 종합하면 근거는 세가지로 집약된다. △각 언론사 ‘정보보고’ △『기자협회보』 △중앙일보 ‘이회창 대선전략 보고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보보고’란 무엇인가. 오동명씨는 자신의 책 『당신 기자 맞아?』에서 “기자들이 취재하며 얻어낸 정보를 기사와는 별도로 신문사 간부에게 알리는 일. 주로 정치부와 경제부에 많은 정보보고가 올라옴”이라고 설명했다. 거의 모든 기자들이 이 사실을 알게된 것도 바로 정보보고를 통해서였음이 확인됐다. 다수의 기자들이 “정보보고를 보고 알게 되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기자협회보』 97년 12월 20일자(938호)에 게재된 「97년을 풍미한 말 말 말」이란 코너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또 하나 꼽을 수 있는 사안은 ‘창자론’이다. ‘창자론’의 골자는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이회창 후보가 기자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한나라당 관련기사를 나쁘게 쓴다고 본 몇몇 신문사 기자를 거명하며 ‘창자를 뽑아버릴 것’ ‘씨를 말려버릴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내용. 이 소문은 언론계에 쫙 퍼지면서 상당기간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중앙일보의 이른바 ‘이회창 대선전략 보고서’는 ‘이회창 경선전략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라는 문건을 지칭한다.(중앙일보는 ‘기획기사용 정보보고’라고 주장했지만) 이 문건의 내용 중 ‘스타일상의 문제점’ 항목에는 “△사석에서의 과격한 용어 사용의 문제점(창자론·씨말리기 등 술좌석의 용어) △술좌석 소문이 이 대표 개인의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이라고 적혀있었다.(보고서를 작성한 주인공은 중앙일보 이연홍 차장으로 알려져있다. 앞에서 한 기자가 이 차장에게 물어보라고 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그러나 기자사회에 널리 회자됐던 이 사실은 정식으로 일간지나 방송사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다.(몇몇 사람이 일부 신문에서 관련기사를 본 적이 있다고 증언해 당시의 기사를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문제의 핵심으로 뛰어들 때가 됐다. 사실 이 사건은 아직까지 ‘팩트’로 확인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기자협회보』나 ‘대선전략 보고서’도 팩트가 되기에는 구체적이지 못하다.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팩트의 기본은 6하원칙(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앞에서 증언한 기자들도 이 부분에 이르러선 정확한 근거를 대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해답은 이미 나와있는 셈이다. 그 날 술자리에 있었던 기자들을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것이 유일한 열쇠였다. 오랜 추적 끝에 가까스로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들 중에서 4명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그들 중 두 명이 절대 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다만 그들이 발행부수 1위에서 4위까지의 신문사 기자라는 사실만은 밝혀둔다) 그들에게 우선 시기, 장소 등 기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예상과 달리 그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순순히 답변했다.(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뒤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그들의 답변을 종합해보면 그 날의 상황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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