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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같은 편지......

등록 2002-09-15 22:29:13     조회 2263
이름 혜진~    

Ssay.... 아니, 석문이에게.

오늘 신촌에 놀러갔었다. 여자친구들 만나러.....^0^

가장 가까운, 가족이 아닌 친구들은 대부분 남자애들이지. 뭐, 김모 양 정
도 있을까? 근데 묘하게, 졸업하고 나서는 서로 연락이 어색하고 말이야.
쩝. 그래.... 말하는 친구들은 다 선생님 팬클럽 분들이지. 나이 또래가 비
슷하기는 하지만.

사실은 말이야, 남자애들한테 위로 받을 수 없는 것, 남자 애들이 아무리 위
로하려고 해도 서로 그걸 공감할 수 없는 부분. 여자애들한테는 그런 일 있
었어 한 마디만 하고 두시간이 넘게 딴 이야기만 하면서 떠들고 놀아도, 이
상하게 조금씩 치유가 되는 것이 있어. 아프고 서럽고 그런 부분이 말이야.
그런 것은 꼭 밀접한 친구일 필요는 없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어
느 정도 "철딱서니 있는", 그리고 자기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 어느 정도 공
감대가 있는 여자들이라면 충분하니까.

물론..... 골빈 기집애들은 밥맛없지. 같은 여자로서 섬찟하단다. 물론 오
늘 같이 이야기하고, 모임 끝나고 같이 저녁먹은 H 양은 그렇게 말하더라.
세상에는 70%의 똑똑한 여자가 있고, 30%의 골빈 여자가 있고, 이 중 앞서
말한 70%의 여자는 대부분의 남자보다 똑똑하고 어른스러운데, 남자들은 골
빈 30% 의 이미지를 여자한테 투사한다고 말이야. 정확히 내가 부연을 하자
면, 70%의 여자 중 다시 70% 이상은 그 자신의 똑똑함을, 남자를 이해하고
어느 정도 맞춰 주는 데 사용하는 거지. 그래서 그 똑똑함이 잘 보이지 않는
다는..... 우리들 이야기고, 그 모임에 나오는 분들은 대개 자기 주관이 있
는 사람들이야. 안 그런 분들은..... 묘하게 못 견디고 도망가더라. 우습
지? 아니, 우스울 것은 없지. 내가, ##양 패거리만 보면 뒷골이 땡기던 것
과 비슷하달까. 그리고 설명한 그 70%와 30%는, 대개 서로를 재수없어 한다
는 점도 있을 지 모르겠다.

어쨌건, 여자가 여자의 적이라는 것은 대개 똑똑한 70%와 골빈 30%의 충돌이
거나, 아니면 똑똑한 70%중 자기 능력을 과시하는 30% 중에서 경쟁이 붙은
경우겠지만 똑똑한 남자들 사이에서도 연대 관계와 함께 경쟁은 존재하는 거
니까 할 수 없는 거고. 오늘은 똑똑한 여자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아니지.
많이 위로받았어. 동성 사이에서는 묘하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
든. 남자들도 그런 게 있을 거야. 애인이나, 같은 과 여학생들에게 말해 보
아도 고통스럽기만 했는데, 친구들하고 운동 한번 찐하게 하고 나서 마음이
달래지는 그런 일들 말이야.

내 친구가 오랫동안 푹푹 썩이던 마음에 대해 말했던 이야기 했지? 아, 정확
히 말하면 말한 것이 아니라 메일 보낸 것이었지만. emoticon;;;;

이건 비밀인데, 너한테 말했던 것 보다 한 서른 배는 더 힘들었었다? 그래,
분명히 말하자면 그렇다고, 내가 그 애 때문에 널 차고 걔랑 잘 될 수 없다
는 것은 너도 알 거 아니야. 그 녀석도 아마 알고 있었겠지. 그렇다고 내
가, 그 등신같은 녀석을 그냥 냅뒀다가는 8년묵은 친구 하나를 날로 잃어버
리는 일이라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야. 그래서 정말 힘들었어. 담배를 피워
보면 어떨까, 물론 요즘 위장 상태는 별로이지만 술을 한번 꼭지가 돌도록
마셔 보면 어떨까. 별별 생각 다 해 봤었다. 네가 내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
았다면 그냥 혼자 돌다가 뻗어 버렸을 지도 몰라.

믿어줘서 고마워.

다른 남자애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친구 이야기를 냉정하게 들어 줄 수 있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는 것 알고 있어. 수소 원자 반토막
크기만큼이라도 의심이라는 것을 했더라면 네가 그렇게 냉정하게 이야기를
들어 주고, 다독거려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 냉정하게 이야기를 듣고 뭔
가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관심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사람 있을
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나 같으면 네가 다른 여자애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면 열 받을 거다. 정말로 말이야. "남자애가 몸가짐을 어떻게 하면 그 짝이
나!" 하고 한대 칠 지도 몰라. emoticon+ 그래..... 내가 미칠 것 같던 그 순간에
는 보이지 않았지. 네가 내게 보여 준 모습이 얼마나 힘들게 보여 준 모습이
었는지 말이야.

또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때 입도 뻥긋 못하고 나날이 망가지
다가 이제와서 삽질한 내 친구놈에 대해..... 그 녀석을 이해해 줄 수 있어
서 고마워. 그 녀석한테 이제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알려 줘서 고마워.

오늘 여자 친구들 사이에 있어서 치유되었다고는 하지만, 네가 처음에, 내
가 괴로워 할 때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었더라면 아마 지금쯤은 뭔가 쓰레기
통에 불이라도 지르지 않았을까. emoticon+ 네가 얼마나 어른스러운지, 얼마나
날 생각하는지, 얼마나 날 사랑하는지 하나하나가 오늘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프도록 느껴져서 네게 계속 미안하고 고마웠어.

내가 참, 운이 좋았나 보다. 너 같이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어서 말이야.
얼굴(관상)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고 백범일지에 나왔지. 그 모든 조건보다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있는
어른스러운 마음이 아닐까. 네게 정말 고마워. 네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지금
쯤 나는 내 친구는 완전히 잃어버리고, 쓰레기통에 불이라도 지르고 다니다
가 경찰 아저씨한테 쫓기고 있었겠지. emoticon;;;;;

나중에 서른 넘어서, 서재 만들자고 했지? 같이 만들자. 꼭.....

이런 남자라서 내가 널 사랑하나 보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가 없나보
다. 사랑해. ^0^

2002년 9월 15일. 혜진.

ps) 월급 받거들랑, 신당동에 떡볶이 먹으러 갈까? emoticon
ps2) 어제는 홍대 입구-서울역으로 걸어갔지? 다음에는 숙대까지 가 볼까?
ps3) 책 잘 써.....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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