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양반들이야.
대단한 강심장이야.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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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email club 에서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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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약분업과 의료 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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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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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의약분업과 정보통신(IT)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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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의약분업은 사실 저희 팀의 취재대상이
: 아닙니다. 그러나 의약분업의 현장을 관찰하면서 한국 사회
: 정보화가 안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
: 저는 개인적으로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당연히 그 중심에는
: 인터넷과 같은 보편적인 정보화수단이 분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 핵심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21세기 디지털
: 시대에 당연히 병원에서 처방전을 온라인으로 발급하고, 약국은
: 다시 온라인으로 처방전을 근거로 조제한 다음 의료보험공단에
: 온라인으로 보험료를 신청할 것이라는 것이 제 상식이었습니다.
:
: ◆ 의약분업의 혼란을 부추기는 정보시스템
:
: 그러나 제가 경험한 현실은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 (모든 약국을 관찰한 것이 아니기에 일반화하기 어려운 점을
: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분업 초기에 병원에서 처방전을
: 종이형태로 발급하고 있고, 온라인 발급에 대해서는 불법시비가
: 붙어 있어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것이 실현돼 있지
: 않았습니다.
:
: 이런 상황에서 약국은 환자의 이름 등 기초정보과 처방전 내용을
: 컴퓨터에 일일이 입력하고 있습니다. 하루 200명 이상 환자를
: 수용하는 약국을 가정하면 2-3명의 입력요원이 하루종일 컴퓨터
: 앞에 앉아서 기초정보와 처방전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
: 의약분업 관련 정보화 현실을 보면서 더 놀란 것은 이렇게
: 입력된 처방전 조제 데이터를 관리하고 처리하는
: 시스템이었습니다. 제가 관찰한 것은 대한 약사회가 보급하고
: 있는 '팜매니저2000'라는 것입니다.
:
: 이 시스템은 병원이 발급한 처방전을 입력한 다음, 1개월 단위로
: 데이터를 모아 의료보험공단에 보내는 방식을 사용하고
: 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입력하고 저장하는데 2-3초 가량
: 소요되거나 3대로 동시작업을 진행할 경우 시스템이 죽는 등
: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
: 약국 이용객들이 약국에서 1-2시간 대기하며 "빨리 약을
: 지어달라"며 아우성을 치는 상황에서 처방전을 신속하게
: 처리하지 못하면 대기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또 일부 약국에서
: 아예 시스템이 죽는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
: 컴퓨터에 익숙지 못한 약사들은 시스템이 죽으면 당황합니다.
: 그렇다고 후속 기술지원이 원할한 것도 아닙니다. 약사들은
: 수천만원어치의 보험청구자료데이터가 없어지는 상황을 가장
: 우려했습니다.
:
: ◆ 타자기 수준의 정보시스템
:
: 저는 도대체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됐길래 디지털 시대에 이런
: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시스템구성요소를
: 살펴보았습니다.
:
: 우선 처방전을 입력하고 검색하는 응용소프트웨어는 MS엑세스
: 97를 기반으로 짜여져 있고, 소규모 워크그룹 작업에는 MS사의
: 오피스 2000에 내장된 MSDE(Microsoft Data Engine)라는
: 데이터베이스 엔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험공단간
: 문서교환(EDI)은 한국통신 망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
: 시스템구성내용을 보고 정말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의약분업을
: 구체적으로 지탱해주는 기초 정보시스템 수준이 이 정도였다고는
: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MSDE는 MS SQL서버와
: 호환되기는 하나, MS사가 개인용 데이터베이스인 엑세스
: 사용자들을 위해 2-3명 공동작업을 할 수 있도록 오피스에
: 끼워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 엔진입니다.
:
: 그렇다 보니 데이터 처리 속도가 느리고 또 3명 이상 동시
: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의약분업의 핵심 자료인
: 처방전 정보와 약국의 목숨줄이나 다름없는 보험료청구 자료를
: 처리하는데 이런 아마추어급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
: ◆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시스템
:
: 이런 시스템으로는 신속한 처방전 처리가 불가능합니다. 또 여러
: 컴퓨터에서 동시작업을 할 경우 시스템이 죽을 가능성이 항상
: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데이터가 날라간다면 책임질 사람도
: 아무도 없습니다.
:
: 데이터베이스엔진의 중요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 프로그래머들은 "이런 시스템으로 돈과 관련된 데이터를
: 처리한다면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늘 불안에 떨
: 것"이라고 말합니다. 1년에 수억원의 거래를 처리하는데, 누구도
: 안전성을 보장해주지 않는 구멍가게 수준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 셈입니다.
:
: 실제 3대 컴퓨터를 연결해놓고 동시에 작업을 할 경우 시스템이
: 다운되어 처방전 입력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곤 합니다.
: 또 대부분의 약사들은 CD-RW 등 백업장치를 통해 자료를
: 주기적으로 보관하는 것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
: ◆ 정보시스템은 의약분업의 핵심
:
: 의약분업에서 약국 정보시스템은 병원정보시스템,
: 보험공단정보시스템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 또 제대로 의약분업이 정착되려면 3개의 시스템이 원활하게
: 연결돼야 합니다. 즉 병원에서 처방전을 발급하고 이를 약국에서
: 처리하여 최종적으로 보험공단에서 처리하는 과정이 네트워크화
: 돼야 합니다.
:
: 그런 시스템이 '이상형'이라면, 최소한 개별 정보시스템만이라도
: 제대로 작동해야 합니다. 약국정보시스템의 경우 환자의 개인
: 정보와 보험청구자료가 신속정확하게 입력되고 또 자료가
: 안전하게 보관돼야 합니다. 그래야 의약분업이 원할하게
: 작동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프라를 갖출 수 있습니다.
:
: ◆ 3년마다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시스템 공급자
:
: 저는 개인적으로 정보시스템의 실제 사용자와 시스템
: 공급자사이에 놓인 격차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정보시스템을
: 실제 사용하는 쪽이 똑똑하면 똑똑할 수록 정보시스템의
: 유용성이 높아지고, 반대쪽일수록 정보시스템은 무용지물이거나
: 골치덩이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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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템공급자는 거의 2-3년마다 한번씩 새로운 유행어를
: 만들어내며 사용자들을 설득하고 때로는 위협합니다. 위협은 늘
: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도태될 것이라는 식입니다.
: ERP·인트라넷·엑스트라넷·CALS·CRM 등 시스템공급측에서
: 만들어낸 숱한 유행어를 연상하면 그 점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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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급자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야 하기
: 때문에 당연히 그런 전략을 사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 정보시스템을 실제 사용하는 측은 자신의 요구가 무엇인지, 그
: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솔루션을 채택해야 하는지에
: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보시스템을
: 잘 활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
: ◆ 한국 정보화의 문제점, '빨리 싸게'
:
: 한국의 풍토에서 정보시스템 요구자의 주문은 이러합니다. "잘
: 만들어 달라. 빨리 만들어달라. 싸게 만들어 달라. 알아서
: 해달라." 여기서 '싸게'과 '빨리'는 정보시스템을 둔하고
: 바보스럽게 만드는 첫째 요인입니다.
:
: 국가 기관이나 사기업의 정보화 과정을 보면 이런 현상을
: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풍토는 제대로 된 정보화를
: 가로막고, 부작용과 낭비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아가 실제
: 정책목표를 상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
: 인터넷에 기반한 정보화가 세계 최상급이라는 한국에서, 또 한국
: 최고 엘리트집단인 의료계에서 '우둔하고 미련스럽기 짝이 없는
: 정보화'가 벌어져서야 되겠습니까.
:
: 저는 팜매니저2000이 어떤 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지고
: 배포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만을 보면 정보사용자로서 명석함이나
: 지혜를 발휘했던 것 같지 않습니다. 개발업체의 논리에
: 휘말렸거나, '빨리'와 '싸게'에 현혹돼 진짜 중요한 면을 놓치지
: 않았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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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현 드림 penman at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