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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야가 머에요?(냉무)

등록 2002-11-09 10:47:26     조회 145
이름 vinu    

: 오늘 모처럼 네 전화를 받았네. 마침 컴강의 듣던 거 끝나고 이불 펴던 중이라서 깔다 만 
: 이불에 주저앉아서는 네 목소리 들으니까 편하고 좋더라. 더 빨리 걸었으면 강의 듣던 거
:  꺼야 했을 거고, 더 늦게 걸었으면 잠을 자거나 책을 보거나 그것도 아니면 동영상이라
: 도 하나 보고 있었을 테니까 딱 맞는 시간에 전화한 거 맞아. 가끔씩은 오빠랑 너를 평균
: 을 내 놓으면 상당히 괜찮지 않을까 싶어. 일단 결단력 있고 인간관계 시원시원한 너와, 
: 신중하고 어른스러운 오빠. 두 사람을 평균내면 딱 내 이상형인데 아깝지 뭐. 게다가 두 
: 사람 다, 그건 어떻게 괴롭히거나 구박해서 될 일이 아니란 말이야. 세이는 술자리에 끌
: 고 가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요, 너야 일단 사고부터 치고 보는 주의니 이걸 어쩐대니. 그
: 래, 난 네가 잘 해 나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가끔은 그런 네가 너무 힘들어 
: 보여. "하나도 힘들지 않아서 그게 더 마음이 힘들다"는 네 말을 듣는 것이 난 오히려 더 
: 가슴이 아파. 기질 자체가 예술가 같은 너니까, 한 자리에 묶여 있는 것이 오히려 더 갑갑
: 하게 느껴질 지는 모르겠지만 더 너를 힘들게 하고, 더 비바람을 맞기 위해 돌아다니는 
: 네가 가끔은 안타깝다. 하나는 네가 방황하는 것이 마음 시려서이고, 또 다른 것은 살아
: 가면서 순간순간 자체가 힘든 것일수도 있는데, 굳이 고통이라는 것을 사서 겪어야 하는 
: 것 처럼 그러는 네가 조금 더 주변을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내가..... 대학을 
: 정상적으로 졸업하고 멀쩡하고 취직해서 살아가는 것, 사실 초등학교 6학년때의 선생부
: 터 시작해서 믿는 인간 별로 없었을지도 모르지. 내가 일상에 치이는 모습에 너는 실망하
: 지 않았는지? 너는 나를 희망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때때로 타성에 젖는 내 모습에 돌아 
: 버릴 것 같다. 남 보기에 멀쩡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해서 타성에 젖어야 하는 것은 아
: 닌데 말이야. 퇴근하면 사실 책이나 보고 뒹굴거리다가 일찍 잤으면 하는데, 굳이 이것저것 공부하고 생각도 하고 소설도 쓰는 것은 일상에 너무나 잘 적응해서 순응해 버릴 것만 같은 내 모습이 짜증나서야. 결코 내가 학구파라서가 아니라구. 내가 타성에 젖은 사람이 되면, 너도 실망할 지 모르겠다. 물론 내 자신이 먼저 내가 마음에 안 들어 죽을 지경이겠지만. 너에게 내가 희망이라면, 난 계속 희망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내가 조용히 하루하루를 정상적이고 평범하게 살아간다고 해서, 주어진 것을 다 떨치고 네 삶을 살아가려고 애쓰는 너와 멀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난 한번 정한 것은 완전히 버리는 법은 없어, 조금 진로 수정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뒤엎지는 못해. 난 그런 인간이야, 너도 알고 있겠지만. 책써서 인세 받은 것으로 먹고 사는 인간 중에 일본에서 상위 랭크되는 나카타니 알지? 그 사람도 젊었을 때 너 이상으로 삽질하고 다닌 아저씨다. 가끔 네가 옛날에 제목보류에서 글 쓴다고 그러던 생각도 난다. 언젠가는 네가, 한국의 나카타니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나중에 유명해지면 모른 척 하지나 말고,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그래. 난 맛있는 게 있으면 먹어도 굳이 찾으러 다니지는 않는 타입이잖냐. 그런 건 네가 알아서 챙겨줘야지. 안그래? 그나저나 삽질하지 마. 네가 없이는 나도 즐겁지 않아. 조용히 멀리서 친구라 불리는 여자가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을 구경만 하겠다는 것은 70년대 연애소설에나 나올 내용이겠다. 그리고 나같이 별스럽고 우체통에 불 지르는 꿈 안 꾸면서도 너 이해해 줄 수 있는 여자 세상에 분명히 있다고 봐. 장래성 있는 남자를 알아보는 여자는 꼭 있거든, 지금 당장은 네가 백수이건 전산실 구석에서 거미줄이 끼게 앉아 있는 음침한 인간이건 간에 말이야. 나 같은 여자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한탄하지 말고, 언젠가 그녀를 만났을 때 첫눈에 간택당할 수 있도록 뱃살 빼고(emoticon;;;emoticon 책도 읽고 술은 줄여. 그래서 나중에 부부동반으로 kevin 녀석을 만나러 미국으로 쳐들어가 버리는 거야. 체제비를 줄이기 위해 놈에게 얹혀서 숙식 해결하고. 이건 너무 심했나? emoticon;;;;; 그래야 해. 서로 바쁘고 나이 먹을수록 연락 뜸해지는 것은 할 수 없겠지만, 완전히 멀어져서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 따위는 내가 용납 안해. 알았지? 이제 나이가 나이다..... 술 먹고 마음 시려서 전화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술 적당히 마셔라. 자, 봐라! 나는 남자친구보다 오래 묵은 친구를 더 위하는 인간이 아니냐! 전에 세이가 한번 성당쪽 친구들과 술먹고 전화했다가 나한테 죽을 뻔한 적이 있지 않았니, 버릇 나쁘게 술처먹고 전화할 거면 다시 전화하지 말라고 엄청 욕먹었단다. 너한테 내가 그러디? 어, 난 너랑 kevin 말고 딴 놈이 또 술처먹고 전화하면 "미친 놈. 작작 처마시지." 하고는 끊는 인간이란다. emoticon;;;;; 너도 알겠지만 나의 인간성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고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꽤 성질 사나워서 말이야. 하.하.하......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소중하지만 너도 만만치 않게 소중해. 몸 조심 하고, 날 추운데 술 먹고 늦더라도 꼭 집에 들어가서 자. 남자건 여자건 외박하는 거 그렇게 좋은 버릇 아니야. 잠자리는 가려 자랬다고. 안녕. 사랑하는 황에게. 혜진이가. ps) 다음 월급날에 밥 사줘. 신촌에 도리아 맛있게 하는 집 있는데.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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