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 이런 오해를
제가 전화카드를 받은 친구는 남자애였습니다. 대학 1학년 때 저를 짝사랑하
던 친구였지요. 나디아가 그 친구의 첫사랑이였으며 그 뒤로 제가 처음이라
고 수줍게 고백하던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가 맥주 한병을 마시면 곧바로 하
는 행동이 제게 삐삐를 치는 일이였고, 한 살 어렸던 이 친구에게 누나처럼
전화를 하면서도 곧잘 '너 때문에 카드를 금방금방 바꿔야 하잖아'라고 투덜
대었는데 그 말을 듣고 한장 사 주더군요.
그 때는 몰랐습니다. 아무런 보상없이 그렇게 주기만 하던 그 친구의 마음이
얼마나 살아가는데 소중한 것인줄. 지금도 그 때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 속
에 둘러쌓여 있지만, 그 때만큼 순수하게 나를 대하던 사람은 줄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의 짝사랑은 내가 다른 친구를 소개팅 상대로 소개해줌으로 끝이 났
고 꽤 오랜 기간 그 친구의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몇년이 지나서 너무도
낯선 모습으로 연하의 여자친구를 둔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어색하지 않
게 물들인 머리와 변해버린 미소에서 시간이 흘러감과 언젠가 다른 친구가
내게 말했던 그 원인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나 때문이라던 친구의 말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
다.
사람들은 변해간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더 이상 나디아를 사랑하지 않고 제게 전화카드를 주지도 않으며,
어색하게 쓴 맥주를 마시지도 않습니다. 담배를 피워 물고 수줍은 미소도 사
라졌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전화카드 한장 속에 그 친구의 모습이 그대로 각인되어 있습
니다.
- 전화카드 외전, 1999. 5. 2. AM 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