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화려했던 가을날씨는 어느새 풀죽어버렸다.
창문 넘어로 보이는 모텔과 고급 주택가, 그리고 산동네 마을.
이런 기분.
열정을 쫓아가지 못한 실력 때문에 좌절했던 그 기분.
아마 어릴 적 그 때의 기분과 유사한 그런 느낌.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에 버스 뒤 덜컹거리는 의자에 앉아서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쳐다보며 사유하고, 끄적일 수 있었던
그 때의 그 여유로움과 치기어린 자신감.
아른아른 나를 맴도는 단어들을 쳐다보면서,
머리속을 휘어젓는 수많은 고민들을 떠올리면서,
이미 너무도 많은 시간이 흘러갔음을,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의미없는 시간을 흘려보낼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또 좌절한다.
신은 내게서 열정을 앗아가버렸다.
밥알이 곤두설만큼 소름끼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점점 무채색이 되어간다.
컴퓨터가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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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ha, your theatre since 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