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SIS에 선정되었던 동아리에 한때 적을 두고 있었다고 해서 해킹의 달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동아리에서는 주로 DDOS만 좋아했고, 때문에 그
밖의 것은 거의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DDOS의 달인이 되어 나왔느
냐? 그건 아닙니다만. KUSIS에 다시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얼마
전 그쪽 선배와 트러블이 있었던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그쪽 활동을 하면
서 담배 연기 때문에 기관지염에 늘 걸려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다시 가 보
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만.
아, 싫어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좋아했으니 제가 선택해서 적을 두었던 것이겠습니다만, 단지 저와는 조금
맞지 않았다..... 라고 말해 두겠습니다.
동아리에서 제 발로 나오면서, 해킹에 관해 관심이 좀 멀어진 것은 사실입니
다. 그러나, 실제로 공격을 감행한 적은 없지만서도 이런 저런 문서들을 뒤
적거렸던 때가 있는 만큼, 관심이 완전히 식어 버린 것은 아니었지요. 그러
던 중, 이나대에서는 정보보호 기술 대회가 그저께 아침 9시부터 오늘 아침
9시까지 있었습니다. 당연히! 저와 오딧세이도 참가했지요.
혜진 : "난 실제로 공격 해 본 적은 없어."
오딧세이 : "누군 있냐."
root를 획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문제들이 주어지고 각각의 문제의 답
을 올릴 수 있는 패스워드를 찾아서,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들어가 보안 권고
문과 exploit 을 적고 나오는 이 대회는, 쉬운 문제도 있었으며 손도 못 댈
문제도 있었고, 그러면서도 마치 게임을 하는 것 처럼 즐거웠습니다. 저와
오딧세이는 일단 4문제씩 풀었고, 그리고 각자 서버의 허점을 하나씩 더 적
고 나왔습니다. 문제를 푼 숫자만으로는 그렇게 바닥은 아니라고 생각하지
만, 문제를 푼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풀어 낸 문제의 보안 권고문 등을
잘 작성해야만 실제 점수가 나온다고 하니 쓰기에 따라서는 풀어 봐야 0점
일 수도 있어서, 이나 할 지는 모르겠네요.
꼴찌나 면했으면 좋겠는
데......
소설이나 그런 건 많이 써 봤어도, 보안 권고문 같은 것은 처
음 써 보거든요.
아, 특히 어젯밤의 IRC에서, 운영자님(IGRUS멤버)과의 채팅은 재미있었습니
다. truefinder=개구리님, 상당히 재미있는 분이신 듯. 오딧세이와 오늘도
학교 근처 독쟁이 고개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서 학교까지 걸어 내려오면
서 그 채팅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문제를 다 푼 것은 아니지만, 문제들
이 일단 재미있었고, 옛날에 하다가 레벨 10인가 에서 때려치웠던 해커즈랩
보다 더 흥미진진한 느낌이었고요. 역시 모든 게임에는 time limit이 있어
야 즐거움이 더하다니까요.
오딧세이도 저도 솔직히 입상권 안에 들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몰두
할 수 있었던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제가 새내기였을 때, 다른 친구들은 무섭게 생겼다고 하거나 별로라고 말하
던 그 "전산실 선배" 오딧세이를 보고 멋지구나.... 하고 느꼈던, 그 몰두
해 있어서 다른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반짝반짝하는 눈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것도요.
혜진 : "어떻게, 공부할 때는 병든 병아리 같더니, 이런 거 하니까 완전히
화색이 도네. 뭐야?"
오딧세이 : "남말하네."
아아, 재미있었습니다. 어디다 나쁜 짓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재
미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 는 느낌이 들게 한. 정말 즐거운 이틀
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