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먹여서 군대를 빠지는 일이 끔찍한 죄인 건 단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 하지 않거나 남하는 고생을 피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대신 군대에
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마님 아들 빠진 자리를 머슴 아들이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시민사회에서 말이다. 군대란 안 갈수록 이익인 곳임에 분명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한국의 신체 건강한 청년이라면 그저 눈 딱 감고 3년 썩어줄
필요가 있다. 어쩔것인가. 후진 나라에 태어난 것도 죄라면 죄 아닌가?
제 자식 대신 남의 자식 군대 보내는 더러운 아버지들. 그리고 이제 스물
몇살의 나이에 그런 악취 나는 거래에 제 몸을 내 맞긴 음탕한 아들들.
그들에게 성질 나쁜 아들 군대 보내고 3년을 잠 못 이룬 내 아버지의 한숨과
다리 잘린 아들 곁에 얼굴을 묻고 하염없이 울던 한 어머니의 눈물을 담아서
꼭 들려줄 말이 있다. 개새끼들.
- 김규항의 'B급 좌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