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적수네에 놀러왔습니다.
세하님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님의 글을 읽고
참 좋은 분일거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아래의 글을 보고 세하님의 유연하고 우아한(!)
대처를 보고 한수 배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술한잔 먹고 쓰는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천년고도 경주를 일전에 다녀왔습니다.
연말에 친구놈들과 술먹다가 이런 말이 나왔죠.
'야 느그덜 다시 백수가 된다면 뭘 꼭 해보구 싶냐?'
당시 분위기와는 맞지않는 말이었죠.(제가 말했슴당
)
몇몇 황당한 말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한 넘이
'내가 만약 다시 백수가 된다면 기약도 없는 아주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하더군여. 흐미 멋진 놈...
이말 듣고 제가 '그래 기럼 내가 대신 가주지.짜샤'라고 말했죠.
(친구중에 하얀손은 저 혼자더군요...
....)
예전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언젠가 꼭 경주에
다시 가보겠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보다는 경주를 생각하니 석불사 본존불상이 생각났고
본존불상 앞에서 앞으로의 남은 인생에 대해 뭔가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경주를 갔지요.
열차 안에서 유흥준님의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선생의 필력에 감탄,또 감탄...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과 마음을 저도 기르고 싶어졌습니다.
일제의 탐욕과 학자들의 오만과 맹종에 의해
석불사와 본존불상이 수굴암, 암굴암, 전굴암이 되고만
자세한 내막과 배경을 밝히는 부분과 올바른 보존을 위해
일생에 바친 분들의 인생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학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진 분이라는 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유리막 너머로 보이는 위대하고 경이로운 본존불상 앞에서
한참을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중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 어릴 적에 와본 이곳이
지금은 이렇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데 그때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도대체 내가 가진 기억들과 내가 배운 지식들은 어떻게 기억되고
어떻게 다시 꺼내지며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또 왜 이렇게 다른가...
음 드디어 횡수가 시작되는군여...
여행은 인간은 성숙시키는 힘이 있다고들 하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그동안 저를 괴롭혔던 문제에
답을 내렸습니다.
제 화두는 '21세기를 어떻게 맞이했는가'가 아니라
'21세기에는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였습니다.
실은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갈 것인가하는 걱정이었지요.
제가 내린 답은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뭔가 해보고 싶다면
내 모든 걸 걸어보자.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바뀌는 순간까지는
최선을 다하자. 이것이 빌어먹을 삶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너무 멀리만 보지 말자. 멀리보면 멀게만 보인다.
미리 겁먹는 것보다는 오늘,내일 해야될 일을 정해두고
느린 거북이처럼 천천히 나아가자. 욕심부리지 말고 말이다.
어제 친구놈에게 메일이 왔더군여.
이놈아야 너는 너무 생각이 많아서 탈이다.
나도 어디서 들은 말이지만 너한테 꼭 들려주고 싶다.
나중에 욕하지나 말아라. 짜샤
저 위대한 플로렌스인 단테의 다음과 같은 말이
항상 변함없이 나의 좌우명으로 될 것이다.
"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 "
-칼 마르크스 자본론
런던. 1867.7.25-
친구놈에게 이런 메일을 받아보니 가슴이 벅차 눈앞이 흐려지더군여...
고마운 넘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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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서명을 적어주십시오.
가장 간절한 기도는 인내다. -석가모니-
항상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