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해 졸업시험만 3번 보았다고 하면 많은 분들은 제가 어지간히 공부 못 하는 줄 아십
니다. 뭐, 그런 생각 드실 만도 하죠. 공부해도 노는 것 같이 책 들고 흥얼흥얼 주절거리며
하죠, 놀아도 그냥 디굴디굴 하죠, 실제로도 성적이 빼어난 편은 아니죠! 그러나~ 그것이
각각 하나하나의 전공당 한 번씩 본 것이라고 대답하면 "미쳤구나." 소리를 하고 가는 분들
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아, 물론 학교에서는 "이제 너는 배울만큼 배웠으니 하산하거라."
하고 있고, 저는 "학생이 공부를 하겠다는데 말이야, 졸업을 연기하려면 비리(?)를 저질러
야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냐!" 하고 있지요. 졸업을 하려면 졸업시험에 떨어진 것으
로 하여 연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위와 같은 표현으로 항의를 하였
더니, 올 해 안에 좋게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게 처리해 주겠다는 식으로 답이 왔습니다. 어
떻게 될지 참...... 하여간에요!
4가지 전공과목으로 출제되는(그래서 과락이 있는) 수학과 졸업시험을 볼 때는, 다들 갖고
있던 "고전 문제"들을 펴 놓고 친구들 사이에 돌고 도는 솔루션을 놓고는, 정말 열심히 풀..
... 아니, 외웠습니다. 수학과가 외워서 시험 보냐고요? 해석학 등의 몇몇 과목은 정말 암기
수학 과목이라는 말을 하는 친구들이 있을 만큼 풀이 과정을 외우고 들어갑니다.
뭐, 외
울 만큼 외워서 머리에 집어 넣어야 그 중에 적성 맞는 사람이 또 대학원도 가고 연구도 해
서 업적을 세우는 거죠. 그걸 한번 보고 그냥 술술 풀면 그게 "운동권 학생" 갈루아나, "취
미가 수학"이었던 페르마게요? 게다가, 수학과 나왔다고 다 수학 잘 하는 것 아니며, 또한
고전 문제가 그렇게 한번 풀어보지도 않고 들어가서 순식간에 풀고 나올 수 있을 만큼 널
럴한 문제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지요.
열심히 암기를 하여 들어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교수님들은 평소의 중간, 기말고사 출제
유형과는 달리 "고증에 충실한" 문제들을 선사해 주셨으며, 우리의 호프, 앞에서만 보면 미
중년인(옆모습으로는 복부가.... --+) 대수 교수님께서는 하나에 20점짜리 객.관.식 3문제를
출제하시어 객관식만 다 맞아도 졸업시험을 패스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평소에 늘 엄
청난 문제로 우리를 고난의 수렁 속에 집어 넣으시고는 시험 보는 학생들 앞에서 "문제가
어렵죠.....? 미안해요....." 하시는(그래서 차마 화도 못 내게 만드는) 위상 교수님도 한붓그
리기 한 문제에 전체 배점의 거의 반을 할애해 주시어, 그것만 맞추고 다른 것 끄적거리기
만 해도 통과가 되도록 출제해 주실 정도였답니다. 당연히? 한번에 패스했지요.
산업공학과는, "무슨 과목 봐요?" 하고 물어보자 "과목이 왜 있어?"라는 대답을 해 준 엽기
적 과였습니다. 졸업시험 준비하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고, 들어갔더니 시험문제는 논술
. 자, 이 정도면 거의 "산업공학과와 앞으로의 미래는?" 하는 질문에 "산업공학과는 곧 쫄딱
망할 과이니 교수님들의 이직 준비가 절실히 요구된다." 뭐 그런 답만 적지 않으면 다 졸
업시켜 줄 분위기였지요. 한 페이지 가득 적고 나왔습니다. 시험 본 지 1주일 되었는데 아
직도 떨어진 사람에 대한 안내가 없는 것을 보면, 아마 시험 본 사람은 다 붙여 준 모양입
니다. 오늘로 산업공학과의 45학점째 과목 기말고사를 복통 속에서 치르고 나왔으며(날이
추우니 속이 엉망이네요.) 졸업시험도 붙은 것 같으니 산업공학과의 졸업도 확정된 듯 합
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공고에 따르면 객관식과 주관식 50문제, 60점 미만은 재시험으로 재시
험 기회는 1번뿐~! 을 외치는 전.산.과~~~!!!!
그날 졸업시험 직전까지 2개의 기말고사를 치르고 거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전 주 전산과 게시판에 "저는요, 아직 35%를 수강조차 하지 못했는데
졸업고사 봐요..... 딱하죠.....? 조금만 도와 주시면 백골난망....." 뭐 그런 내용의 글을 올
려놓았더니 어느 분이 족보의 일부를 보내 주시어 그것을 보고 처절한 망신까지는 면했다
생각하였습니다. 물론 족보에는 나머지 반이 있었습니다..... 그걸 시험보기 20분 전에 졸업
준비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발견하여 화급히 프린트 하고는 그냥 한번 읽어 보고 그냥 들어
왔습니다. 어쨌건 98년 족보 보내주신 꺽정님께 깊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
시험문제는 50문제. 이 중 30문제 맞으면 합격이고, 객관식이 대부분에 간간히 단답형 문제
가 나옵니다. 객관식 24문제를 확실하게 풀고는, 나머지 문제를 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찍는 게 다 답사이로 막가는 느낌이 들어 불길한 것이...... 하여간.
간단히 말하면 27문제밖에 못 맞춰서 재시험을 보는 망신을 당하고 말았습니다만, 좋게 생
각하기로 했습니다. 65% 배워서 반 맞췄으면 효율이 나쁜 것은 아니다...... 라는 거죠.
100% 듣고, 60점 맞으면 60%의 효율이 있다고 생각할 때 65% 듣고 54점 맞으면 83% 효율이 있다!!!
!!!
으음...... 후배들에게 하는 변명에 속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속보이는 변명이
네요. --+ (내년 봄의 마지막 학기에 전공 다섯 과목이 무슨 말입니까. 하하하~~~!!!)
단지 걱정스러운 것은, 전산과에 동명이인이 있어 교수님이 출석부르실 때 마다 "수학과
전혜진~!" 하고 부르셨기 때문에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좀 팔려 있는데.......
엄청나게...... 팔리는군요....... 아아.......
4번째 졸업시험은 다음 주 금요일이라 합니다. 힘내서 족보 외워 잘 보아야 지요. 그 전에 2
개의 기말고사가 남아 있고, 뭐 기타 등등의 일들이 있습니다. 졸업시험은 졸업을 시켜 주
기 위한 시험으로, 고증에 철저한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재시험에서 딱 한 시간만 철저히 외워 보도록 해야 겠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붙을 테니까
요. 흐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