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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먼 훗날에 세간에는 세하의 남자들이란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참 오랫만에 글을 쓰면서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벌써 한해가 훌쩍 가버린, 지난 11월 17일 그간 짝지라고 소개해온
엠브리오와 결혼을 했다. 정말로 드디어 "아줌마"가 되어버린 것이
다. 지금 힘겹게 겪고 있는 위장애는 이러한 놀림들의 산물이니 이
글을 읽는 즉시 그만둬 주기를 바란다.
남들은 결혼한다고 마냥 들뜨던데 솔직히 그러지 못했다. 별로 행
복해하지도 못했고 실제 즐겁지도 않았다. 그 점이 내 짝지에게 좀
미안한 점이다. 마치 내 짝지가 나에게 못해서 그러한 반응을 보인
듯이 보일지 모르니.. 뭐 이 긴 이야기는 나중에 펼치기로 하고..
남들이 알다시피 여덟살차이가 나는 짝지와 나는, 얼렁뚱땅 짝지가
구렁이 담넘어 가듯이 꼬실 때부터 내게 못박아서 "3년은 니 맘대
로 놀고 4년되면 결혼한다"라고 했었고, 별 일은 많았지만 헤어짐
없이 만 3년을 사귀고 며칠 지난 만 4년 째에 결혼을 했다.
그 이후 두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애시당초 결혼식만 끝나면 내가
'이 이야기를 죄다 글로 올리리라' 했던 결심과는 달리 살림이라는
중대사를 맡아서 동분서주에 갈팡질팡하다보니 실제 앉아서 타이핑
해서 뭔가 긁적거릴 여유가 없었다.
각설하고,
대체 나는 누구와 결혼한 것인가?
결혼 전에 내게 보낸 축하 메세지 중 가장 황당한 것은
"신랑이 바뀌었네요, 적수님이 아니네요"
라는 것이였다. 나는 그다지 남자 욕심이 없어 문어발로 짝지를 관
리한 적이 없는데, 바뀌다니.. 많은 사람들이 내 짝지를 적수로 아
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짝지만큼의 애정을 내가 적수에게 쏟는 것은
사실이고(본인이 부정할지도 모른다) 내 친동생이라고 할만큼 이뻐
해준 것은 사실이지만(이 역시도 부정할지 모른다), 게다가 우리는
세하 : 왜 누나는 안되는거니? 흑흑
적수 : 누나는 연하는 절대 싫다면서~ 어쩔 수 없었어~
라고 이야기하는 사이지만, 현실은 아니였다.
적수가 오늘 말한다.
"누나 결혼 축하한대 나보고
"
친구 중에 우리가 퍼런놈 혹은 스머프라고 불리는 blueguy라는 녀
석이 있다. 이 친구가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만
나서 친구가 된 사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졸업하고 마음에 맞는 사
람을 만나서 말을 놓고 지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녀석도 내 결혼식을 왔었고, 내 결혼 사진을 홈페이지에 조금
올려놨었다. 그런데 이 친구의 방명록에 다음과 같이 써 있더란다.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뭐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고, 가끔씩 "안녕 내 사랑~"하고 말
하고 또 가끔은 나우누리에서 커플인 척 놀지만서도, 이는 어디까
지나 베냇적 친구같은 느낌이기에 내 짝지도 꺼려하지 않고 장난스
레 하는 것일 뿐, 우리는 서로의 이상형이 아니다. 그렇지?
여하튼 이 친구는 졸지에 내 두번째 신랑이 되어버렸다.
(참고로 나우 커플타운에 입주해 보고 싶었는데 그 친구는 짝이 없
고 내 짝지는 그런 걸 싫어해서 둘이 입주했다. 둘이 눈맞을 확률
은 0이다.
)
하이텔 리눅스 동호회의 현재 시삽님은 악필님이고 전대 시삽님도
악필님이고 그 전대 시삽은 내 짝지고 그 전대는 reduck이라는 친
구이다. 이 꼬마는 엄청난 사오정에 물리와 컴퓨터 외 분야에 대해
서는 붕어의 기질을 가진 녀석이다. 매년 자기 나이와 내 나이를
계산 못하더니만 최근 애인이 생긴 이후에는 좀 나아진 듯 싶다.
악필님이 말하기를
"하이텔 채팅방에서 웃겼습니다"
란다. 무슨 일인고 하니 사람들이 내가 하이텔 전대 시삽과 결혼을
했다고 하니 몇살 차이냐고 묻더란다. 8살 차이라니까,
"세하님 능력 좋네요. 8살 연하도 꼬시고"
이 무슨? 처음에 엠브리오를 영계로 본지 알고 내가
"좋겠네"
라고 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사람들은 내가 reduck과 결혼한지 알
았던 것이다. reduck이 나보다는 어리니(게시판에서 누나누나하니)
내가 여덟살 연하의 reduck을 꼬셨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확히 밝히자면 진우는 나보다 한살 어리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적수랑 스머프랑 그리고 reduck이랑 결혼
했다. 마치 내가 여기저기 염문설 뿌리고 다닌 사람 같다
하지만 실은 그러면 또 어떠하리.
모두 내가 사랑하는 친구이며 동생들이고, 내 짝지는 이런 일은 웃
고 넘어갈만큼 나를 알고 믿는데.
자, 새신랑님들 얼른얼른 장가가십쇼.
그 때는 이런 이야기 들을지 압니까?
"세하님이랑 이혼했나보죠?"
까르르~
- seha, 엠브리오와 결혼했다. 2002. 01. 07. AM. 09:46